[광화문]'4대강'에 빠진 소방관들을 구하자

[광화문]'4대강'에 빠진 소방관들을 구하자

이승형 사회부장
2014.06.10 06:09

22조의 몇분의 1, 소방장비에 썼어도…

언젠가부터 입버릇 하나가 생겼다. 국가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불가피한‘비용’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4대강에 쏟아 부었던 돈의 절반(때에 따라서는 몇 분의 1)만 여기에다 썼어도….”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22조원이다. 5만원권으로 4억 4000만장(공교롭게도 한국은행이 2009년 5만원권을 처음 발행할 당시 규모와 같다). 이게 대체 얼마나 어마어마한가 하면 연봉 4000만원 받는 월급쟁이가 한 푼도 안 쓰고 55만년동안 일만 해야 모을 수 있는 돈이고, 앞으로 매일 3000만원씩 2000년 동안 펑펑 써도 남는 돈이다.

이 돈으로 치킨 120억 마리를 살 수 있으니 전 세계 ‘치맥 중독자’들은 축제를 열 것이고, 최고급 피자 9830만판을 온 국민에게 2판씩 배달시킬 수 있으니 그 압도적인 느끼함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국민들 가운데 이 천문학적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누구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몇 안 된다. 다만 시작부터 요란했던 4대강 사업의 효과, 즉 몇 십 만 명의 일자리가 생기네, 경제성장률이 몇 퍼센트가 오르네, 강바닥 모래만 팔아도 몇 십 조원이 들어오네, 어쩌네 하는 그 ‘장밋빛 청사진’이 ‘단군 이래 최대의 뻥’이었음은 다 알게 됐다.

오히려 이제는 그 ‘역효과’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우리는 그 많은 혈세를 지불하고도 5년 전보다 7배에 달하는 홍수피해 규모와 돈으로는 환산하기 어려운 환경 파괴 비용을 떠안아야 했다. 이 와중에 4대강 사업 관련 공무원들은 95개의 훈포상을 받았단다. 광기의‘삽질’을 지시하고 독려했던 장본인들은 대부분 잘 살고 있다. 간혹 언론에 해맑게 웃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 ‘입버릇’은 부쩍 잦아졌다. 역사에 가정이란 의미 없지만 ‘만약에’22조원을 여기에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한다. 사회 안전예산에 그 절반만 썼더라도, 재난 구조비용에 그 반의 반만 썼더라도 세월호 참사는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 아이들은 아무 일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나마 ‘4대강 참사’에서 얻은 교훈 하나는 지도자 몇몇의 그릇된 신념으로 인해 ‘혈세’가 ‘헛돈’이 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헛돈은 기회비용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끔찍한 비극을 낳는다는 걸 이번 세월호 참사가 여실히 보여줬다.

지금 소방관들이 1인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그동안 받아 온 처우도 서러운데 몸담고 있는 조직마저 강등시키겠다니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에서다. 우리나라 총 소방예산 3조2600억원 중 국가부담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예산 비율 15%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소방관 1인당 담당 시민수는 선진국의 2배인 1400명 수준이다.

전국 소방관의 절반은 머리와 목을 보호하는 방화두건이 없다. 보호 장비의 20% 가량이 부족한데 그나마 있는 장비도 3분의 1 가량은 사용 기간이 지났단다. 화재시 사용하는 장갑을 인터넷에서 자기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우리 소방관들이다. 군인에게 총도 안 주고 전쟁터에 내보내는 격이다. 이러다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을 시민들이 구조해야 할 판이다.

이러니 4대강에 쓴 돈 몇 분의 1만 썼어도 우리 소방관들 안전 및 구조 장비를 ‘신상’으로 바꿔줄 수 있었을 것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 세금은 이런 데 쓰라고 내는 것이다. 제발 이제라도 잘 써보자. 사회의 기본이 되는 분야에는 돈을 아끼지 말자.

날도 더운데 4대강을 말하다보니 열이 난다. 어디 가서 시원한 녹조라떼, 아니, 녹차라떼나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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