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값 주고 정당하게 보라는 건데 불법을 저질러놓고 뻔뻔하다."
"누구 덕분에 미드가 인기를 얻었는데, 고맙다곤 못할망정 치사하고 더럽다."
지난 주말 미국 방송사의 자막제작자 집단고소 기획기사에 수천개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의 대표적인 반응은 위와 같다. 한쪽은 자막제작의 '불법성'을 이유로 자막제작자들과 이를 이용해온 팬들을 탓하고, 다른 한쪽은 자막제작자들이 미드의 인기와 대중화에 기여한 점을 근거로 제작사를 비난하며 맞서고 있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릴까. 먼저 양측의 주장은 모두 맞다. 원저작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자막이라는 2차적 저작물을 만든 건 엄연히 위법 행위다. 반면 이들이 열심히 자막을 만들어 언어장벽을 없애 미드의 대중화를 주도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은 모두 틀리기도 하다. 자막제작자들과 미드 팬 다수는 제값을 지불하기 싫어서 뻔뻔히 불법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우연히 접한 미드의 매력에 빠졌으나 한글자막을 구할 방법이 없어 직접 만들고, 나누게 됐다고 보는 편이 옳다.
한편 자막제작자들의 자발적 활동이 결과적으로 국내의 미드 팬층을 두텁게 만들었다고 미 방송사가 고마워해야 할 이유도 없다. 한국 내 높아진 미드의 인기로 일부 케이블 판권 등의 수익엔 기여했지만 주로는 국내 불법 웹하드업체 배만 불렸을 뿐 정작 미드의 '진짜' 제작진에게 돌아간 이익은 적기 때문이다.
미드 팬들은 '제대로 번역된 자막'과 '빠른 업로드', '다양한 편성', '고화질 무삭제판' 서비스가 보장되면 돈을 주고라도 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작권법 논리'로 냉정히 말하자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는 원저작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론 엄청나게 재미있는 미드가 있어도 한국에 방영하기 싫고, 한글자막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리면 '난 봐야겠다'고 땡깡을 부려봤자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저작권'의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누구를 위한 저작권인가. 미드는 '상품'일 뿐만 아니라 문화이고 작품이다. 한 콘텐츠가 지닌 가치와 재미, 감동은 소수가 독점하는 것보다 되도록 많은 이들이 향유하는 것이 공공에 이롭다. 사이버공간은 이러한 '공유'를 촉진하면서 정보와 문화의 민주화를 혁신적으로 이뤄냈다.
로렌스 레식 하버드로스쿨 교수 등은 애초 '보호'와 '공유'의 균형을 이뤄왔던 저작권법이 최근 문화기득권층의 이윤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왜곡되면서 사이버공간의 자율성을 해친다고 비판한다. '공유경제'와 '카피레프트'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힘을 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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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자막제작자들은 '공유'를 촉진하기도 했지만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했다. 이를 불법/합법으로 재단하기보단 이들이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하면서 원하는 문화에 접근하고, 그 값이 제작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 플랫폼을 만드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