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토목공사가 원인, 지반 고려한 개발해야

곳곳에서 아스팔트 도로가 폭삭 주저앉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제2롯데월드가 건설되고 있는 석촌호수 인근 아스팔트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 '백양로 프로젝트'를 위해 지하공사를 진행 중인 연세대 내부 도로도 주저앉았다. 인천 영종하늘도시에서는 아스팔트 일부와 인도가 종잇장 구겨지듯 무너져내렸다. 경기 의정부에서도 갑자기 아스팔트 도로가 폭삭 내려앉아 그 곳을 지나던 시민이 다치는 일도 발생했다.
10cm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스팔트 도로 아래 빈 공간이 생기면서 땅이 어느 순간 주저앉아 버리는, 이른바 '한국형 싱크홀'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주변 지반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부실한 토목공사, 그리고 제대로 된 지반조사 없이 공사 허가를 내준 당국이 만들어 낸 '한국형 싱크홀'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대부분의 싱크홀은 지하 배관에 문제가 생기거나, 지하수 수위가 낮아져 아스팔트 도로 밑의 땅이 물이 말라 빈 공간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각종 토목공사나 상하수도관 누수 등으로 발생한 싱크홀 가운데 가로와 세로가 2m가 넘는 것이 13개였다. 지난 6월에는 강서구청별관 앞에서 수도관 파열로 흙이 유실되면서 생겨난 입구 10×12㎡의 대형 싱크홀 등 4건의 대형 싱크홀이 발견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싱크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수를 강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택했다. 싱크홀 대비를 위해 모든 도로의 안전점검을 하고 위험도가 높은 경우 개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택시 운전자 100여명을 모집해 싱크홀을 발견할 즉시 시 당국에 신고하도록 했다"며 "발견된 싱크홀을 지도에 표시한 뒤 많이 발생하는 지역의 경우 집중적으로 보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처리만으로는 싱크홀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김태훈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박사는 "싱크홀이 생긴 후 보수하는 방법은 사후처리이므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싱크홀 관리를 위해 지질조사 데이터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내년부터 소방방재청이 땅 파는 지하공사의 경우 무조건 보고받는 '지질조사'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위험지역을 미리 보수해 예방케 하는 시스템을 연구할 계획이다. 김 박사는 "현재는 수집만 해 놓았을 뿐 이용되지 않는 이 자료를 이용해 싱크홀 예방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지반을 고려한 안전한 토목공사만을 진행해 싱크홀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 이수곤 교수는 "잠실 제2롯데월드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반이 취약한 곳이었으며 석촌호수 바로 옆 땅을 파내면서 물을 뿜어올리기 때문에 싱크홀 발생이 예측되는 곳이었다"며 "지질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건축공사의 허가와 진행이 계속되는 한 싱크홀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