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윤일병과 모병제 전환

[우리가 보는 세상]윤일병과 모병제 전환

임지수 기자
2014.08.11 07:10
'윤일병 구타사망 사건' 가해 병사들이 5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제 28사단 군사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친 뒤 헌병대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일병 구타사망 사건' 가해 병사들이 5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제 28사단 군사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을 마친 뒤 헌병대에 의해 이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더 전, 내가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았던 때다. 하루는 이모네 집에 놀러를 갔는데 이모가 엄마를 붙들고 엉엉 울면서 이야기를 했다.

"○○ 면회를 갔는데, 애 몸에 멍자국이 보이는거야. 놀라서 맞은 거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하는데...아니긴 뭐가 아니야. 넌 아들 없어서 좋겠다."

이모의 큰 아들, 그러니까 나의 사촌오빠가 군대에서 고참들에게 많이 맞고 엄청 고생을 한다는 얘기였다. 엄마와 이모가 나누는 이런 저런 군대 얘기를 들으면서 '군대에선 저렇게 사람들을 때리나'라는 생각에 나는 굉장히 놀랐었다.

그로부터 30년도 더 지난 지금. 군대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에 온 나라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지난 4월 선임병들의 집단 구타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일병 사건' 때문이다. 지난 2월18일 28사단 포병연대 본부포대 의무병에 배치된 스무살의 윤일병은 대기기간 2주가 끝난 직후 인 3월3일부터 한달 넘게 매일 부대원들의 폭행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4월7일 사망했다.

윤일병 사망 사건이 알려진 이후 군대에서 벌어지는 가혹행위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유행어처럼 떠도는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란 말도 결국은 이러나 저러나 군대는 사고가 터질 수 밖에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요즘 아들 가진 엄마들은 모였다 하면 '불안해서 아들 군대 못 보내겠다'고들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윤일병 사건 이후 여러 아이디어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휴대폰 지급, 인권교육 강화 등 단기적인 것들 뿐이다.

이렇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병제 전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검증도 없이 원치도 않는 사람들도 모두가 반드시 군대 가야 하는 현재의 징병제가 계속될 경우 제 2, 제 3의 윤일병 사태가 또다시 터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윤일병사건으로 비롯된 군모병제 서명운동'이 진행 중에 있다. 이 서명운동을 시작한 네티즌은 "모병제는 가혹행위를 줄일 수 있고, 청년실업을 해결해줄 좋은 제도"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시작된 이 서명 운동에는 10일 오후 4시 현재 1450여명이 참여했다. 가혹행위 감소 뿐 아니라 장기 복무에 따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모병제에 찬성하는 네티즌들이 상당수다.

물론 분단국가라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나 모병제 전환에 따른 예산 등을 감안할 때 아직은 준비가 안돼 있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엉엉 울던 이모가 이제 팔순을 넘긴 할머니가 됐어도, 사촌오빠의 군생활 얘기가 깜짝 놀라던 어린 꼬마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됐어도 대한민국 군대는 달라지지 않았다. 군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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