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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관이나 군 판사가 모두 사단장의 지휘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재판의 독립이 보장되겠습니까."
이른바 '윤일병 사망사건' 이후 군 법무관 출신 한 부장판사는 군 사법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렇게 말했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군의 특수성과 더불어 수사와 판결이 모두 사단 내에서 이뤄지는 구조적인 결함 탓에 제대로 된 처벌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군 내 가혹행위나 사망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군 사법체계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조인들은 수사와 재판, 사단장이 재량권을 행사하는 확인조치권이 분리돼야 '제식구 감싸기'가 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형사사건만 다루는 군사법원은 법무관과 일반 장교인 심판관(재판장) 등으로 구성된다. 군 법무관들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직후 복무하기 때문에 일반법원 재판관에 비해 경험이 적고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판관도 마찬가지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장교가 형사사건을 심리하고 있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다. 윤일병 사망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공판이 부실투성이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단장의 입김이 세다는 점이다. 군 검찰이 기소할 때 사단장의 결제를 거쳐야 하는데다 선고 이후에도 재량에 따라 형량을 감경시킬 수 있다. 사실상 기소권과 사면권을 사단장이 갖고 있어 법적 전문성과 독립성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법조인들은 부대지휘관 아래 검찰과 법원이 설치돼 있는 탓에 축소은폐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군 법무관 출신 부장판사는 "사단장이 인정상 부하들의 형량을 깎아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군 사법체계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론 시스템이 바뀐다고 해서 군내 사건사고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지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진다면 폭력이나 가혹행위 등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육군은 윤일병 사망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이후 수사팀을 전면 교체하고 재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가해자인 이모 병장 등 4명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번 조치가 격앙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반짝 대책으로 끝나선 안된다. 군 범죄를 양산하는 폐쇄적인 사법 절차가 되풀이된다면 제2, 제3의 윤일병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