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병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던 해병대 간부가 5년여간의 재판 끝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군 내부에서의 각종 폭력사건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나온 판결이라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이 사건은 2010년 이모 상병이 성추행을 당했다며 자신의 어머니와 이모부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 상병은 오모 대령이 자신을 네 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군 검찰은 즉시 오 대령을 구속해 수사를 시작했다. 군 당국은 오 대령이 네 차례가 아닌 세 차례 이 상병을 추행한 것으로 결론짓고 오 대령을 기소했다. 오 대령은 세 차례의 추행 혐의 중 한차례의 혐의만 인정돼 항소심에서 징역 1년9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이 판결을 모두 뒤집었다. 앞서 두 차례의 추행 혐의가 무죄 판결이 난 것과 마찬가지로 세번째의 추행 혐의 역시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은 이 상병이 사건 당시를 시간대별로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는데 짧은 시간 동안 각기 다른 장소에서 이같은 행위가 모두 일어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점, 구체적인 부분에서 이 상병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계속 바뀌는 점 등을 들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오 대령 역시 재판에서 "사건 당시 술에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지만 혹시 자신이 그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고 어떤 이유로든 피해자가 부대 생활에서 고통을 겪은 것 같아 조사에서 이 상병의 진술과 일치하는 행동을 했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대법원은 "신빙성이 매우 의심스러운 이 상병의 진술 중 일부만을 꼽아 사실로 인정하려면 뚜렷한 객관적 정황이 인정돼야 하는데 그렇게 볼 만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신빙을 의심할만한 여러 사정이 쉽게 발견된다"고 꼬집었다.
대법원은 판결문 말미에 형사소송의 대원칙을 적시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 인권센터는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의 인권보호와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법원이 오히려 가해자의 손을 들어줬다"고 했다. 그러나 군 인권센터는 이 지적이 자신들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