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0년째 판판이 깨지고 있는 경찰

[기자수첩]10년째 판판이 깨지고 있는 경찰

신희은 기자
2014.09.23 05:33

성매매특별법 시행 10년,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여전히 성(性)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어렵지 않다. 스쿨존은 물론 도심 한복판, 주택가에까지 스며든 성매매는 지난 10년간의 노력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아리 텍사스촌, 청량리588 등 대규모 집장촌은 다소 위축됐지만 립카페, 키스방, 오피방, 퇴폐마사지까지 성매매는 외형을 바꿔가며 더 교묘하게 일상을 파고들었다.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손쉽게 성매매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신·변종 성매매 업소 적발 건수는 지난 2010년 2068건에서 지난해 4706건으로 3년 만에 2.3배 증가했다. 성매매 검거 인원은 2010년 2만8244명에서 2012년 2만1107명, 지난해 2만1782명, 올해 8월 현재 1만4608명으로 오히려 감소 추세다.

경찰은 전통적인 집장촌 성매매는 물론 유사성행위 등 신·변종 업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결과 적발 건수 자체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허가 업종이 아니다보니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어려워 검거는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성매매를 근절하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상당 부분 약화된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경찰이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 근절에 집중하면서 관련 지표는 개선된 반면 성매매 단속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풀이되는 사이 성매매는 왜곡된 성 인식과 그에 따른 수요가 돈벌이를 좇는 공급과 맞물리면서 자가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모바일 환경까지 받쳐주니 당국의 단속과 처벌은 성매매 확산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을 보인다. 지금 이대로라면 10년 후에도 성매매 근절은커녕 생활 깊숙이 뿌리내릴 게 뻔하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의지를 갖고 성매수자와 알선자에 대한 강력한 차단책을 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지속적인 교육과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 인터넷만 켜면 범람하는 음란물과 성매매 유혹에 대한 개선부터가 시급해 보인다.

경찰도 성매매에 대한 단속과 처벌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관계부처와 협력해 제대로 된 실태를 파악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매매 업소들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빌딩을 통째로 빌려 불야성을 이루는 동안 정부는 왜 10년째 이들과의 싸움에서 계속해서 지고 있는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