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활(life)은 없고 생존(live)만 남은 삶

[기자수첩]생활(life)은 없고 생존(live)만 남은 삶

김유진 기자
2014.11.06 05:35
김유진 기자
김유진 기자

버티고 버티다 도저히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아 생을 포기한다. 최근 있었던 안타까운 자살 사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기한'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라는 편지와 함께 10만원을 남기고 본인의 쪽방에서 목을 매 자살한 독거노인은 전셋집이 팔려 다음날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자살했다. "우리 가족은 영원히 함께 할 것이기에 슬프지 않다"는 유서를 남기고 연탄불을 피워 자살한 인천의 일가족도 마이너스 통장 만기일을 2주 정도 남기고 답이 나오지 않자 생을 포기했다.

생활(life)은 꿈도 꾸지 못하고 생존(live)만 남은 삶에서 생존마저 목줄을 죄어올 때 이들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었을까. 정부는 이러한 이들을 위해 '긴급복지지원' 같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마련해 놨지만 홍보도 안 돼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청을 해도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빈손으로 돌아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긴급복지를 신청해 봤다는 한 남성은 "대출도 안되고 수입도 없어 이것저것 필요한 서류 몇장을 며칠에 걸쳐 준비해갔지만 조건이 미비하다며 거절당했다"며 "거의 노숙자 수준이 아닌 이상 지원해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대부분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서류 중심이고 복지 현장에 소홀하다. 수십년간 연락이 끊긴 아들이 서류상으로 부양자로 등록돼 있어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노인들이 한둘이 아니며 반대로 실제로는 부유한 생활을 하면서 서류 조건이 된다는 이유로 세금으로 용돈을 받으며 사는 사람도 많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공무원들은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지원 자격이 안 된다'는 얘기만으로 생존의 끝자락에 있는 이들을 무참히 돌려보낸다.

자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잘 살피자는 성토의 목소리가 청와대에서부터 국회까지 울려 퍼지지만 그것도 잠깐,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질 때쯤 되면 또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다. 번지르르한 제도를 만들면 뭐 하나, 빛 좋은 개살구가 될 뿐이다. 취지나 이론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현장이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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