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에 출연했다고 치료를 잘하는 명의는 아닙니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병원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어요. 닥터테이너 활동이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병원 관계자 A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는 가수 신해철의 사망사건 취재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의사들의 무분별한 방송출연이 의료계에 해가 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닥터테이너는 의사(닥터)와 연예인(엔터테이너)의 합성어로 의학과 예능프로그램을 넘나들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려 연예인 못지않은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는 의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과거에는 의사들이 TV에 출연하면 전공분야의 의학지식을 소개하는 역할이 전부였다. 하지만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면서 각종 의료정보 프로그램이 생겼고 '말 잘하는 의사'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닥터테이너의 인기는 병원 매출과도 연결됐다.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면 출연 의사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해당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환자가 몰린다. 의사들이 어려운 의학정보를 일반인에게 쉽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의사인기=병원매출'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면서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의사들이 일부 프로그램에 출연하려고 회당 1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한다는 얘기도 있다"며 "방송출연 수요가 있는 의사와 방송작가 등을 연결하는 전문 대행업체가 생겨났을 정도"라고 전했다. 현행 의료법상 방송을 통해 의료광고를 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만약 특정 의사의 출연을 위해 대행업체들이 돈을 주고받았다면 '의료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
의료진이 방송 출연에 시간을 많이 쓰면 정작 환자 진료가 소홀해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정치권에서 상담은 유명의사가 하고 수술은 얼굴 없는 다른 의사가 하는 유령수술이 만연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환자 진료가 최우선이라는 본연의 의무를 잊고 병원 매출에만 열을 올리는 닥터테이너에게 묻고 싶다. 의료 윤리 선언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기억하는지. "나는 양심과 위험을 가지고 의료직을 수행한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