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자산가 '도곡동할머니' 살해사건 풀어낸 강남의 '꽃중년'

30억 자산가 '도곡동할머니' 살해사건 풀어낸 강남의 '꽃중년'

이재윤 기자
2015.04.13 05:30

[인터뷰]도곡동할머니 살해사건 용의자 특정한 민원기 수서경찰서 강력1팀장

서울 수서경찰서 민원기 강력 1팀장. / 사진 = 이기범 기자
서울 수서경찰서 민원기 강력 1팀장. / 사진 = 이기범 기자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주택가에서 80대 할머니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지 12일째. 집에도 못가고 며칠 밤을 세며 수없이 돌려봤던 CCTV(폐쇄회로TV)에서 한명의 유력한 용의자 찾아낸 순간.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계 형사들이 한 모니터로 모여 들었다.

'드르륵', 동시에 민상기 서울 수서경찰서 형사과 강력1팀장(51)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목 졸려 숨진 함모씨(88)를 묶은 끈과 손톱, 몸에 뭍은 채액에서 발견된 DNA(유전자정보)와 일치하는 남성이 존재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결과 통보 메시지였다.

◇실마리 없어 고전하던 살해사건…'정면돌파'로 해결

'형사'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와 달리 말쑥한 정장차림에 머리까지 깔끔히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의 민 팀장. 20년가량 형사로만 일하고 있는 민 팀장의 사건에 대한 '촉'은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CCTV에서 찾은 용의자와 발견된 DNA는 동일 인물 이었다.

12일 동안 용의자조차 찾지 못하며 난항을 겪던 수사에 불이 붙게됐다. 민 팀장은 이 날 동료들과 8년 간 세입자로 살던 용의자 정모씨(60·일용직)의 서초구 양재동 자택으로 곧바로 달려가 긴급체포했다.

정씨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사건당일 입고 있던 검정색 점퍼 3곳에선 피해자 혈흔이 발견됐다는 국과수 결과도 받았다. 정씨는 조사기간 내내 말을 바꿔가며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으나 DNA 등을 토대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열흘 뒤 정씨를 기소했다.

미제로 남을 살해사건이 민 팀장의 손을 통해 빛을 본 것. 경찰들 사이에선 살해사건이 일어 난지 일주일이 넘도록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면 아무리 인력을 쏟아 부어도 해결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 팀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CCTV와 주민탐문 등의 증거자료 확보가 어렵고, 수사 반경과 조사 대상 등 범위도 늘어난다"며 "특히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들도 강행군에 녹초가 돼 집중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 사건도 12일 넘게 범인이 누군지조차 알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불안도 높아졌었다. 사건을 맡은 민 팀장의 불안감과 답답함도 극에 달했다. 민 팀장은 아직도 사건 초기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올 정도로 답답하다고 설명했다.

민 팀장은 "20년가량 형사로 일하면서 수차례 살해사건을 해결해봤지만 이번에는 정말 막막했다"며 "결국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을 먹고 친지와 이웃주민, 지인 등을 모두를 용의선상에 두고 일일이 추려나갔다"고 말했다.

◇모습 드러난 살해 용의자…알고보니 13년 전 세입자

집안을 뒤진 흔적과 준비된 살해 도구 등이 없는 점을 토대로 면식범의 우발적 소행으로 보였지만 피해자의 몸에서 남성의 DNA가 발견됐다는 것 이외에 지문 등 이렇다 할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지만 민 팀장은 현장에서 부딪혔다.

우선 피해자와 같은 층에 살던 세입자 조모씨(20·대학생)의 진술에 귀를 기울려 범행시간을 압축했다. 민 팀장은 "조씨가 사건 발생일인 2월24일 오전 6시20분부터 3시간 가량되는 2차례의 외출 이외엔 집에 머물렀지만 몸싸움이 벌어지는 소리를 듣진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와 동료들은 조씨가 외출한 시간대 다소 떨어진 CCTV를 확인해 남성 수십명을 용의선상에 올려 탐문수사를 진행했다. 하루하루 답답한 수사가 이어졌고 시간이 지날 수록 피가 말랐지만 뾰족한 수는 없었다.

수서경찰서 민원기 강력1팀장 인터뷰
수서경찰서 민원기 강력1팀장 인터뷰

그는 9남매 중 7번째로 태어나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결혼에 실패한 뒤 억척같이 살아온 고령의 피해자의 돈을 노린 조카 등 친지나 사실혼 관계의 경찰출신 전 남편의 가족들까지 수사선상에 넣었다.

민 팀장은 특히 피해자의 집에 거주했던 세입자를 모두 확인해 알리바이를 확인했다. 그는 10년 넘는 기간의 세입자 정보를 일일이 파악했다. CCTV와 세입자 정보로 20여명을 추려 DNA분석을 의뢰했고 결국 이 중에 붙잡힌 정씨의 것도 포함된 것.

2002년 4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거주했던 정씨는 과거 페인트 기술자로 일해 돈을 벌었지만 사업에 실패하면서 우울증과 수면장애를 앓으며 이웃에게 몇만원씩 돈을 빌려 도박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날도 경마장에 가기 위해 돈을 꾸기 위해 함씨의 집을 찾아왔던 정씨가 우발적으로 함씨를 살해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씨는 이와 관련해 전혀 진술을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 팀장은 "세입자를 확인하지 않거나 기간을 짧게 했더라면 아직까지도 피의자를 잡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시 절도범의 우발적 살해 후 도주한 것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기 때문에 상황이 전혀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건 최대한 신속히 해결 하려면…팀워크가 최선

민 팀장은 이번 사건이 특히 피해자가 10억~12억원 가량 되는 강남의 40평대 아파트와 2층 규모 단독주택, 현금 6억원 등 30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져 세간의 관심이 쏠리면서 부담도 컸다고 털어놨다.

1993년 지금의 광역수사대에 해당하는 형사기동대로 경찰에 발을 들인 후 20년 넘게 형사로만 근무한 그는 결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란 막막함도 있었지만 동료들이 자신의 판단을 믿고 따라줬다고 강조했다.

민 팀장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경찰의 첫째 임무이다"며 "그리고 사건이 발생하면 최대한 신속히 해결 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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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이재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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