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외래환자 감염경로 불명확…의학전문지 랜싯 "공기전염 배제할 수 없어"

삼성서울병원 외래환자(입원하지 않고 진료 받는 환자) 중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가 11일 처음으로 발생했다. 지금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은 모두 응급실에 입원했거나 체류한 경험이 있는 환자들이다. 삼성서울병원에 외래진료를 받으러 간 환자가 응급실을 가지 않았는데도 감염이 됐다면 이 병원의 다른 감염자에게서 전파된 4차 감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의료기관 내의 공기 전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메르스로 확진된 평택경찰서의 A경사는 언제, 어떤 전파자로부터 감염됐는지 조차 불분명하다. 지금까지의 확산경로와 달리 원내감염이 아니라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건당국은 두 환자 모두 어느 지점에서건 2차 감염자와 직·간접적인 접촉을 통해 감염이 됐다는 입장이다. 권덕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공기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엄중식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삼성서울병원은 외래환자를 하루에 8000명 이상 보는데 만약 공기감염이 발생 했다면 광범위하게 바이러스가 전파돼 5%에 해당하는 400명 정도의 환자는 발생해야한다"며 "공기감염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메르스, 베일에 가려진 미지의 바이러스=하지만 한국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전파 양상이 중동과 다른 만큼 4차 감염이나 공기 감염, 지역사회 감염을 감안한 강력한 대비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에서 처음 발견돼 세상에 알려진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파 경로와 병원성 등의 특성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게다가 중동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발병한 사례도 적다. 메르스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보 부족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3일 스탠리 펄먼 미국 아이오와대 교수와 알리무딘 줌라 영국 칼리지런던대 교수는 의학전문지 '랜싯(Lancet)' 온라인판에 '메르스'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WHO(세계보건기구)와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확인한 세계 메르스 환자 1180명을 전수조사 해 그 결과를 토대로 특징과 통계를 추출해 냈다. 이들은 "메르스가 침방울(비말)과 밀접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현재까지 사람 사이의 전염 경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공기를 통한 전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메르스 상식 깨지고 있어=실제로 2013년 사우디 알하사에서 혈액투석을 받은 환자 23명이 메르스에 전염됐고 사망률은 65%에 달했다. 비말과 접촉을 통해 전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기감염과 감염원 감염(물건이나 옷 등을 통해 전달되는 감염)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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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CDC가 제시한 메르스 예방책 중에는 환자가 있는 병실 기압을 주변보다 낮게 유지해 공기가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거나 병실 공기를 필터링하는 방법이 있다. 또 에어로졸(aerosol·연무제 혹은 가스) 발생환경에서는 적어도 한 시간에 6번 공기교환을 해주는 등 공기감염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공기전염 가능성을 배제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본부 산하 역학조사위원회가 바이러스 전파 경로를 규명하기 위해 메르스 최초 환자가 입원한 평택성모병원 병실에서 모의실험을 한 결과 환자가 기침할 때 나온 비말이 작은 크기로 쪼개져 공기 중에 떠 있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말이 증발되면서 '에어로졸'만큼 작아질 경우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다는 것. 특히 쪼개진 비말 입자가 병실 밖으로 멀리 퍼져 나갈 수 있다는 점도 증명됐다. 메르스 밀접 접촉 범위를 환자 2m 이내로 제한했던 보건당국의 조치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감염 단계를 넘어갈수록 감염력과 독성이 떨어진다고 알려졌던 메르스의 기존 특성과 달리 다수의 슈퍼전파자와 3차감염자가 발생했다"며 "한국에서 메르스에 대한 상식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4차, 5차 감염 환자 발생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