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없이 살수' 위험 확인은 어려운 시연…경찰 "재연 아닌 시범"

"폭포수 같이 떨어지네"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동의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서 경찰 살수차가 10m 거리를 두고 3000rpm 세기로 물대포를 쏘자 취재진 사이에서 나온 탄성이다. 물줄기는 땅에 닿자 마자 하얗게 물보라를 일으켰고 주위의 경찰관들은 "위험하다"며 취재진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민중총궐기'에 참여한 백남기씨(69)가 경찰버스를 밧줄로 끌어당기다 물대포를 맞고 중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 이날 취재진을 불러 살수 시범을 보였다. 경찰의 살수차 운용 현황과 실제 물대표 사용시 위험성 등을 확인하려는 게 취재진의 취지였지만, 표적 없는 시연으로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는 아쉬움이 남는 시연이었다.
시범에 앞서 김성훈 경비1과 경비1계장은 "전날 구은수 서울청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살수차의 작동원리, 내부구조 등 기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부분을 해소시키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다만 보안상 내부 촬영은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범에 동원된 살수차는 서울청 소속으로 14일 사건 당시 충남청 소속 살수차와 다소 다른 장비"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경고방송 △경고살수 △20m 거리 1000rpm 곡사 살수 △10m 거리 2000rpm 직사 살수 △20m 거리 3000rpm 직사 살수 △10m 거리 3000rpm 직사 살수 순으로 시범을 보였다. 거리는 물 낙하지점과 살수차 사이의 길이이며 rpm은 수압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곡사는 포물선을 그리며 발사하는 것, 직사는 직선으로 쏘는 것이다.
특히 백씨가 사고를 당할 때와 가장 비슷한 상황으로 추정되는 '10m 거리 3000rpm 직사 살수'가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다. '물대포'가 땅을 뚫을 듯이 떨어지자 취재진들은 "폭포수 같네"라며 놀라는 표정이었다. 줄기가 하나인 것을 고려하면 사우나 수압마사지 같기도 했다.
경찰관들 스스로도 '위험하다'고 경계한 만큼 직접 물대포를 맞으면 부상을 당할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그러나 백씨는 이보다 더 센 물대포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당시 백씨로부터 20m 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살수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이보다 더 짧은 거리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집회 당시 살수의 포물선 각도는 이날 시범때보다 더 작았기 때문이다.
비슷한 rpm이라도 거리가 짧고 각도가 적을수록 체감 세기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취재진이 "사건 당시와 더 비슷하게 상황을 만들어 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우리는 단지 살수차 장비에 대해 시범을 보이는 것이다. 당시 사건은 잘 모르며, 재연은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취재진이 "방패를 들고 직접 맞아 보겠다", "표적을 세워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사전에 협의된 게 아니다"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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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취재진은 살수차 운전석을 살펴봤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가로 60㎝, 세로 50㎝ 가량 크기의 제어판이 설치돼 있었다. rpm, 곡사 혹은 직사, 최루액 등의 정도를 결정하는 레버가 붙어 있었다. rpm의 경우 한번 레버를 올리면 손을 떼도 수압이 유지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rpm은 500 단위로 3000까지 올라갔다.
또 조수석 천장에는 15인치 41만 화소 성능의 모니터가 달려 있었다. 모니터는 4분할 돼 있었으며 왼쪽 상단이 붐대 살수포에 달린 카메라, 오른쪽 상단이 버스 지붕의 살수포에 달린 카메라, 왼쪽 하단이 후방 카메라를 출력했다. 일반 TV보다 선명하지 않았지만 앞에 사람이 있는지 정도는 구별할 수 있는 화질로 보였다.
정동욱 기동본부 기동장비계장은 "차벽 트럭 위 등 외부에 있는 지휘관이 육안으로 바깥을 보며 안에 있는 조종자 2명에게 지휘를 한다"며 "안에서는 지휘에 따라 CCTV를 보며 직접 물을 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압을 얼마나 세게 할지, 최루액을 얼마나 섞을지 등 세밀한 부분 역시 지휘자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