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포역 인근서 열차 뒤집어져… 사상자 270여명 발생


일요일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무궁화호 제117 열차는 막 부산시 물금역을 지나 구포역을 향하고 있었다. 5시간 넘게 열차에 몸을 실은 승객들은 슬슬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곧 목적지인 부산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승객들이 하나둘씩 열차에서 내릴 준비를 시작했다.
채 5분도 안된 사이 승객들의 분위기는 반전됐다. 열차가 큰 소리를 내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기차는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승객들의 아우성과 함께 기관차, 발전차와 객차 2량이 무너진 지반으로 곤두박질치면서 뒤집어졌다. 뒤에 이어진 차량도 탈선했다.
1993년 3월28일 부산시 구포역 인근에서 기차 전복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78명이 사망하고 198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전체 승객이 600여명이었음을 감안하면 3명 중 1명이 다치거나 생명을 잃은 것이다. '구포역 기차 전복사고'는 우리나라 사상 최악의 기차사고로 기록됐다.
이날 사고 원인은 선로의 주저앉음 현상 때문이다. 사고 당시 기관사는 100m 앞에서 선로 지반이 붕괴된 것을 알고 급히 제동을 걸었지만 때는 늦었다. 제동거리가 짧아 사고를 막지 못했다.
가장 큰 피해는 전복된 발전차와 연결된 승객 차량에서 발생했다. 시속 85km로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멈추면서 뒷차량에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승객차량은 종잇조각처럼 구겨졌다.
이번 피해의 원인은 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전신인 삼성종합건설의 무단 발파작업 때문이었다.
당시 삼성종합건설은 사고지역 인근에서 진행 중이던 한국전력 전선 매설작업 공사 시행사였다. 삼성종합건설은 운행선의 노반 밑을 관통하는 지하 전력구를 설치하기 위해 발파작업을 벌였다. 발파작업을 진행할 당시 철도청과 협의하지 않고 임의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발파작업은 삼성종합건설의 하도급 업체인 한진건설이 수행했지만 삼성종합건설도 발파작업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 인근 공사는 정부의 허가 없이는 진행될 수 없다. 대한민국 철도법 제76조에 따르면 철도경계선으로부터 30m 범위 안에서 열차 운행에 지장을 주는 각종 공사는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공사가 불가피할 경우에는 행정 관련기관의 승인을 받은 뒤 시행해야 하지만 이 모든 절차가 생략된 것이다.
이 사고로 삼성종합건설은 경제·사회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철도청은 당시 사고로 생긴 피해액 30억원을 삼성종합건설에 구상했다. 2550만원의 과징금을 물고 당시 최고 수준의 행정처분인 6개월 영업정지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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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종합건설은 사고 발생 2년 뒤인 1995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으로 편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