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리포트][정운호게이트와 법조 민낯]③ 전관예우 근절 위해 참여정부서 만든 법조윤리협의회…국회 비협조 일관


변호사 폭행과 형사성공보수 논란을 일으킨 소위 정운호 게이트가 법조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사건 규모가 커지면서 정치권도 특검도입 등을 주장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관예우' 등 법조비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근절책 마련의 계기가 되리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법조3륜이라 불리는 법원·검찰 그리고 변호사업계가 과거처럼 시늉만 하다 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는 전관예우 근절에 대해서 판·검사들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국감서 매년 '전관예우 근절' 외쳐도…전관예우 막자고 설립한 법조윤리협 '비협조'
전관예우는 매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테이블에 단골로 오를 정도로 뿌리깊은 법조계 관행이다. 지난해 국감에선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사위 사건을 두고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사건을 맡아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야당의 의해 제기됐다. 국감에서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법조윤리협의회'의 비협조가 문제됐다.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4년부터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돼 2007년 설립된 '법조윤리협의회'는 설립목적이 '전관예우'방지와 '법조윤리'확립이다. 설립목적에 충실하자면 협의회는 적극적으로 국회에 전관 변호사 관련 자료를 제출해 전관예우 근절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협의회는 지난해 6월 황교안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엔 변호사 시절 19건의 자문내역을 '송무'건이 아니란 이유로 국회에 제출하기를 거부했다. 전관예우를 방지하자고 만든 기관이 오히려 고위 검찰 출신 황 총리의 자문내역을 끝까지 내놓지 않으려고 버텼다. 그로 인해 인청은 파행으로 이어졌다. 기관 설립목적에 반대되는 일을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법조계 특유의 폐쇄성과 감싸기를 보여준 사례다.
◇김무성 사위 사건에서도 전관 자료 제출 거부한 '법조윤리협'
지난 법사위 국감에서도 야당 의원들은 김무성 전 대표 사위 사건 등 여러 건의 전관예우 의혹 사건을 감사하기 위해 법조윤리협의회에 자료를 요청했다. 그런데 협의회로부터 "법률상 '인사청문회'와 '국정조사'에만 제출할 수 있고 '국정감사'에는 자료제출을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실제로 협의회가 국회에 '국정감사'용도의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변호사법' 규정에 따른 게 맞다. 그런데 해당 규정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2013년 4월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대법원·법무부·대한변호사협회가 모두 한 목소리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법조윤리협의회는 대법원·법무부·변협으로부터 예산의 3분의 1씩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어 이들의 통제하에 있다. 결국 전관예우를 막자고 만든 법조윤리위원회가 전관 변호사 자료를 국회에 적극적으로 제출하는 것을 막는데에 대법원·법무부·변협이 뜻을 함께하는 셈이다.
◇대법원·법무부·변협, 전관 자료 국감제출 규정 신설에 한 목소리로 '반대'
독자들의 PICK!
사법개혁이라는 좋은 취지로 설립된 협의회 설립목적에 비춰보면 국감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국회의 전관 변호사 수임내역 등 자료요청에 응해야 한다. 그런데 법조 3륜은 전관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고 돈을 번 내역을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들이 들여다 보는 것을 제한하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의원들에게도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에게 공개하기 싫다는 것이다.
2013년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논의 당시 박영선 더민주 같은 당 이춘석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 내용엔 '국회의 요구(국정감사 포함)에 법조윤리협의회가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대법원·법무부·변협의 반대로 결국 '국정감사'에 전관 변호사 수임내역을 제출하는 것은 개정안에서 빠졌다.
결국 국회는 '인사청문회' 대상자가 황 총리처럼 전관 변호사이거나 특별한 사안에 대한 '국정조사'에 전관 변호사 문제가 끼어 있는 경우에만 해당 '전관 변호사' 수임내역을 협의회로부터 받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전관예우'에 대해 국회 국감이나 법사위 회의에서 의원들은 수임내역 자료도 받지 못한채 '호통'만 치는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법무부 전관 신고센터, 5년간 131건 신고받았지만 실적 '0건'
법무부가 전관예우를 근절하겠다며 지난 2011년부터 운영중인 '공직퇴임변호사 수임제한위반 신고센터'가 지난 5년간 제대로 된 실적을 올리지 못한 것도 '전시행정'의 전형을 보여준다. 지난 국감에서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고센터는 5년간 총 131건의 신고를 접수했으나 '부당수임'사례로 인정된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다.
법무부는 131건 모두 '신고내용 자체로 수임제한 위반과 관련 없어 종결' 혹은 '수임제한 위반에 해당하지 않음'이라고 고지하고 종결처리했다. 이에 노철래 의원은 "단 한명의 직원이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신고된 사항을 정리하면서 '센터'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놓고 보여주기식 행정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관예우 근절에 대한 법무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문제삼은 것이다.
◇19대 野의원들 발의한 전관예우 근절 법안…폐기 눈앞
19대 국회에선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법안이 법사위 야당 의원 등에 의해 지난 국감 직후 여러 건 발의됐다.
이춘석 의원은 법조윤리협의회의 위원 구성을 바꾸고, 법무부 파견검사를 금지하는 한편 공직 퇴직 전관 변호사가 제출해야 하는 수임자료를 법률에 명확히 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냈다. 임내현 국민의당 의원은 법조윤리협의회가 '국정감사'에도 전관 변호사관련 자료제출을 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냈고,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몰래 변론'을 막기 위해 변호사 선임계 미제출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규정을 신설하는 조항을 변호사법에 추가했다. 다만 이들 개정안은 19대 국회가 종료되면 폐기될 운명이다.
이번 정운호 게이트를 계기로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개정안들은 법사위 문턱도 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에서 보여준 것처럼 법조 3륜이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개선책에 적극적이지 않은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더엘(the L) 웹페이지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