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판례氏] '산모·신생아 집단관리' 산후조리원…"보건업무 성격 가져"

[친절한 판례氏] '산모·신생아 집단관리' 산후조리원…"보건업무 성격 가져"

장윤정(변호사) 기자
2016.05.10 08:51

[the L] "신후조리원 책임자는 신생아 건강상태 살펴 조치해야"

최근 산모와 영아에게 감염병 사례가 급증하는 등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이 산후조리원에서 산모와 신생아 집단관리를 책임지는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의 범위를 언급한 판결을 해 눈길을 끈다.(2005도1796)

산후조리원을 공동으로 운영하던 A씨와 B씨는 낮 시간에는 함께, 밤 시간대에는 교대로 입소한 산모와 신생아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해왔다. 그러던 2002년 11월, 산모 C씨가 출산한 신생아가 D가 조리원에 입원한 지 이틀 만에 하루 2회씩 설사를 하기 시작해 일주일 정도 지난 뒤에는 약 8시간 사이 설사를 7회나 하는 등 건강에 이상을 보였다. 출생한 병원에서 건강에 이상이 없던 D는 위 기간 동안 과다한 설사를 한 탓에 체중이 400그램이나 줄었고, 코 막힘 증상도 있었다.

이에 A씨와 B씨는 D의 이상증세를 즉시 엄마인 C씨에게 알렸고, 이틀에 걸쳐 D에게 설사분유를 섞어 먹이고, 보리차와 표룡환이라는 약을 2알을 먹게한 뒤 D가 일시적으로 설사 증세의 호전을 보이자 그대로 경과를 관찰했다.

하지만 D의 상태는 점점 더 심각해졌고, A씨와 B씨는 그제야 D를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했지만 D는 설사로 인한 탈수 및 전해질 이상으로 결국 숨졌다.

검찰은 산후조리원의 공동 운영자인 A씨와 B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했다며 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A씨와 B씨는 “D의 보호자인 C씨에게 D의 건강상태를 설명한 뒤 그녀의 동의를 얻어 설사 치료약을 처방하고 차도를 지켜본 것이다”며 “그럼에도 D가 차도를 보이지 않자 병원에 후송했다는 점을 들어 의료기관종사자가 아닌 자신들은 충분한 주의의무를 기울인 것이므로 업무와 관련해 어떠한 과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와 B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D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아 이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유죄를 인정했다.

유죄 판단에 앞서 재판부는 산후조리원의 업무 범위에 대해 ‘입소한 산모들에게 적절한 음식과 운동방법 등을 제공하여 몸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산모가 대동한 신생아의 관리를 대신하여 줌으로써 산모가 산후조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주된 업무로, ‘산모와 신생아의 집단관리’를 산후조리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른 필연적 부수 업무로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산모와 신생아의 집단관리 그 자체가 치료행위는 아니지만 이는 면역력이 취약하여 다른 사람과 접촉이 바람직하지 아니한 신생아를 집단으로 수용해 관리하는 업무라는 점에서 보건분야 업무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며 신생아의 집단관리 업무를 책임지는 A씨와 B씨는 일반인에 의해 제공되는 산후조리 업무와는 달리 신생아의 건강관리나 이상증상에 대하여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며 “A씨와 B씨는 신생아를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건강상태를 면밀히 살펴 이상증세가 보이면 의사나 한의사 등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도록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고 판단했다.

즉, A씨와 B씨는 D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게 되었을 때 곧바로 의사나 한의사 등 전문가에게 진찰을 받도록 조치했어야 함에도, 오히려 이 사건 신생아의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는지 불분명한 약을 먹이며 그대로 경과 관찰만 했다는 점에서 신생아의 집단관리 업무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 판결팁=산후조리원의 공동 운영자들의 죄책인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 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그 가해자에 대해 인정되는 죄다.

업무상과실치사죄는 가해자가 ‘업무자’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과실치사죄에 비해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죄에서 말하는 ‘업무’는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위험성 있는 업무를 의미하게 된다.

대법원은 ‘산후조리원을 운영하는 업무’를 면역력이 취약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바람직하지 않은 신생아들을 집단으로 수용해 관리하는 업무라는 점에서 질병의 감염으로 인한 생명과 신체의 위해를 증대시키는 업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례는 대법원이 해당 업무를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성 있는 업무로 봤고, 그렇기 때문에 A씨와 B씨에게는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있다고 전제해 이들에게 유죄 판결을 한 사안이었다.

◇ 관련 조항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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