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리포트][고개숙인 옥시]② 美법원 '징벌적 손해배상' 인정…국내 도입 목소리 높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법제사법위원회·서울 중랑갑)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2014년 2월 5일 대표 발의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악의를 품고 비난 받아 마땅한 무분별한 불법행위를 한 경우,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에게 징벌을 가할 목적으로 부과하는 손해배상으로, 실제 손해액을 훨씬 넘어선 많은 액수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이는 미국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게 하는 ‘전보적 손해배상제도(실손해배상제도)’를 시행 중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도입된 예가 없다.
◇ 미국 법원, 존슨앤존스 파우더와 난소암의 상관관계 인정하며 징벌적 손배책임 인정
최근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지방법원이 존슨앤존슨 탈컴 파우더 때문에 난소암이 발병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여성에게 승소 판결을 하며 존슨앤존슨에 수백억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소를 제기한 사람은 62세 여성으로, 약 40년간 존슨앤존스의 베이비 파우더와 샤워 투 샤워 파우더(여성 위생 제품)를 생식기에 사용하다 난소암 판정을 받았고, 자궁 절제술을 받는 등 여러 차례 관련 수술을 받았다.
문제가 된 탈컴 파우더는 20년 전부터 미국 소비자단체가 발암 가능성 큰 물질로 지목했던 바 있지만, 존슨앤존스 측은 해당 물질의 유해성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위 물질이 포함된 파우더를 계속 판매했다. 때문에 존슨앤존스는 이번 사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는 지난 2월, 같은 법원이 존슨앤존슨 파우더를 사용해오다 난소암에 걸려 사망한 여성의 유족들에게 약 82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이후 존슨앤존스의 책임을 인정한 두 번째 판결이었다.
현재까지 탈컴 파우더로 인해 암이 유발되었다고 주장하며 존슨앤존슨을 상대로 소를 제기한 사례는 수 천 건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점점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자들의 PICK!
두 번째 패소 판결에 대해 존슨앤존슨 측은 “배심원단의 판결은 지난 30년간 탈컴 파우더의 인체 무해성 인정한 의료계 전문가들의 연구와 배치된다”며 항소 계획을 밝힌 상태다.
◇ 법 전문가들, “우리나라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 돼야…”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미국과 달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배상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며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는 민법과 형법의 체계가 엄정하게 분리된 국가로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면 이러한 법체계의 정합성이 깨진다는 우려도 있지만 우리나라 역시 이미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규정하기 시작하는 등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일 준비가 진행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인정하는 손해배상의 수준이 현저하게 낮아 현재의 배상 체계로는 피해자가 충분한 배상을 받지 못한다"며 "배상을 할 능력이 있는 기업도 도덕불감증으로 소비자들의 생명과 신체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법원에서 인정되는 크지 않은 수준의 배상만 하면 돼 재발방지의 유인이 떨어지는 점도 현재 우리나라 제도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옥시 사태에서도 기존의 손해배상 체계만을 고수한다면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받는 배상액은 향후 치료비와 위자료 정도 수준에 그칠 것이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인 기업은 배상을 수백 번 하고도 남을 수준의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으면서도 이미 생명과 신체라는 중요한 부분을 침해당한 피해자에게 충분한 손해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우리나라 현 제도의 가장 큰 문제다.
김 변호사는 “기업의 도덕불감증에 대한 징계와 재발방지라는 차원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본격적인 도입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영미 변호사(법무법인 태승)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행위에 대한 초과책임을 규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따르는 우리 법 체계와 상충될 뿐만 아니라 정부의 기업 규제완화 기조에 따라 도입되기 어려운 제도였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내용을 포함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과 소비자집단소송법안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면서 “피해자 구제 및 기업의 반사회적 행위 재발방지를 위해 위 법안들이 즉각 통과돼 옥시 사건에도 적용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더엘(the L) 웹페이지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