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리포트][법조계 고질병 법조브로커]③ '국정조사·특검' 도입 목소리…20대선 법조비리 적극 논의할 수도


19대 국회에는 법조비리를 막기 위한 법안들이 여러 건 발의됐지만 의미 있는 내용은 거의 통과되지 못한채 임기 만료 폐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20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국정조사나 청문회의 방식으로 정운호 게이트 등 법조비리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기호·임내현·이춘석 의원 등은 국정감사 직후 전관예우 등을 막기 위한 관련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 법조비리 방지 법안들…19대 국회선 폐기돼
서기호 의원은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의 전화 변론 등 이른 바 '몰래 변론'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냈다. 최근 정운호 게이트에서도 최유정 변호사가 전화 변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 의원은 지난해 국감 당시 김무성 대표 사위 사건을 수임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선임계 미제출 의혹과 관련 그러한 편법을 막기 위해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주장했다.
실제 당시 문제가 된 해당 변호사는 김 대표 사위 사건에서는 선임계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전에 맡았던 다른 사건에 대해 선임계 미제출이 드러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서 의원의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없이 변호사 선임서 등을 미제출한 변호행위를 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에 처할 수 있게 했고 이로 인한 수익은 범죄수익으로서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에 이미 '변호사선임서 등의 미제출 변호 금지' 규정이 지난 2007년 신설된 바 있지만 위반에 따른 벌칙규정은 '과태료'뿐이어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임내현·이춘석 의원은 전관예우 등 법조비리를 막기 위해 설립된 법조윤리협의회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냈다. 임 의원은 법조윤리협의회의 국회 자료 제출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사실상 대형 로펌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전직 고위 공무원 출신들의 활동내역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등 국회의 '전관' 감사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 "전관 폐해 막자고 만든 법조윤리협…오히려 전관 옹호 방패 역할"
이춘석 의원은 법조윤리협의회의 자료제출 업무 등을 총괄하는 관리관을 별도로 공개채용토록 하고 현재 법조인이 대다수인 협의회 위원 구성을 다양화하는 내용 등을 변호사법 개정안에 담았다. 법조인이 다수인 현재 협의회 구성으로는 법조계 온정주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황교안 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변호사 시절 자문내역에 대해 국회 요구에도 협의회가 자료협조를 거부해 파행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협의회는 법무부 파견검사가 황 총리의 자문수임자료 국회제출을 막는 등 사실상 통제권을 행사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전관예우 방지를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일처리로 구설수에 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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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이에 대해 "전관예우 수임비리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법원·법무부·변협 3개 기관 공동으로 만든 기구가 오히려 판·검사들의 전관예우를 옹호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법조계 폐쇄적 '온정주의'…법조비리 터져도 '개인 일탈' 치부
그간 법조비리 사건이 터져도 '개인 일탈'로만 치부하고 변호사 처벌에 적극적이지 않은 법조계 문화도 문제란 지적이다. 특히 전관예우를 막자는 목적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진 법조윤리협의회조차 전관 수임자료의 국회 제출을 꺼리는 등 법조계 '온정주의'가 법조비리를 방조하는 셈이란 것이다.
지난 국감에서도 법조비리 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지적됐다.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법조비리 사범 기소율은 30%에 머물고 구속률은 평균 8%에 불과했다.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벤츠 여검사' 사건도 일개 '치정'사건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문제가 된 변호사와 내연관계에 있던 여검사의 개인 문제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고 결국 그 검사는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정운호 게이트에서도 아직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벌써부터 법원을 중심으로 최유정 변호사가 사실혼 관계로 알려진 브로커를 잘못 만난 탓이라는 '동정론'이 돌고 있다.
따라서 정운호 게이트 수사가 끝난 뒤 재판과정에서도 법조계 전반의 고질적 비리문제가 아닌 개인 전관 변호사의 안타까운 일탈로 처리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역시 법조계에선 제기되고 있다.
◇ "특검 수사·국정조사권 발동으로 법조비리 대책 마련해야"
경실련과 변협은 정운호 게이트에 대해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전관예우 전반의 실태를 밝히기 못하고 꼬리짜르기식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마찬가지로 정치권에서도 국정조사권을 발동하는 등 적극적 대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의 일회성 수사로 흘려 보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19일 본회의를 통과한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청문회 대상에 정운호 게이트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사위 야당 관계자는 "19대 막바지에 정운호 사건이 터져 국회에서 바로 다룰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며 "20대 국회가 열리고 원구성이 되면 법사위에선 가장 먼저 이 사건을 의욕적으로 다루려는 여야 의원들이 나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국회 차원의 법조비리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나 청문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 법무부 '변호사 중개제도' 논의中…현실화될까
법무부 주도로 대법원·변협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법조 브로커 근절 태스크포스(TF)'가 현재 구성돼 있다. 여기에선 변호사 중개제도 도입 등 브로커 문제를 해결할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인 변호사 중개제도는 공신력 있는 기관·단체가 변호사를 소개해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중개업무가 가능한 기관은 변호사협회와 법률구조공단, 로스쿨 및 지자체 등이다. 변호사 중개가 가능해지면 브로커의 역할도 상당 부분 축소될 것이라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변호사 중개제도와 더불어 '로비스트 합법화'도 거론된다. 현재 행정부·국회 고위직 출신이 퇴임 후 대형 로펌에 고문이나 전문위원으로 취업해 사실상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이러한 로비는 불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차라리 미국 등처럼 합법화해 양지로 끌어 올리자는 것이다.
◇ 의뢰인들 선택권 막는 '변호사 광고 규제' 등 풀어야
법조 브로커를 근절하기 위해선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변호사 업계는 현재까지 변호사의 광고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해오고 있다. 직역단체인 변호사협회에서 광고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그동안 변호사가 극소수인 상황에선 과잉 경쟁을 막고 변호사 품위를 유지한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런데 로스쿨 변호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광고규제는 신참 변호사들의 시장 진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근 변호사들을 의뢰인에게 연결하는 여러가지 서비스가 나오고 광고기법도 다양해졌지만 그 중 일부는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변호사 광고가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이에 대해 5년차 모 변호사는 "변호사들도 치열한 경쟁속에 있는데 70년대식 광고 규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기성 변호사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 광고규제는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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