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오늘… 아시아인 최초·역대 최연소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성

9년 전 오늘… 아시아인 최초·역대 최연소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성

진경진 기자
2016.06.07 05:45

[역사속오늘]박세리, 슬럼프 이겨내고 이룬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입성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 코올리나골프장에서 올 4월 열린 롯데 챔피언십 2라운드 9번홀에서 박세리가 벙커샷을 하고 있다./사진=롯데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 코올리나골프장에서 올 4월 열린 롯데 챔피언십 2라운드 9번홀에서 박세리가 벙커샷을 하고 있다./사진=롯데

'공이 왼쪽 해저드(연못) 근처로 떨어져 풀섶(풀숲의 방언)에 자리했다. 모든 것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1998년 뉴스 기사)

1998년 7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US 여자오픈에 출전한 만 20살의 박세리가 양말을 벗었다. 모두가 포기한 그때 그동안의 훈련을 증명하는 듯한 까만 종아리와 그에 대비된 하얀 발이 드러났다.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워터 해저드에 걸쳐진 공을 처리해 낸 박세리는 이날 결국 우승했다. 박세리의 맨발 샷은 당시 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됐다.

그로부터 약 7년이 흐른 2007년 6월7일(현지시간). 이 골퍼는 또 한번의 역사를 써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아시아인 최초·역대 최연소(29세 8개월 10일)로 입성하게 된 것이다.

LPGA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된다는 것은 골퍼들에게 최고로 영예로운 일이다. 입회 조건이 까다로워 '여자 골프 명예의 전당'(LPGA 명예의 전당 전신)이 설립된 1950년부터 57년간(2007년 기준) 박세리를 포함한 단 24명만이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박세리가 LPGA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이후 9년이 지난 2016년 현재까지도 이곳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없을 정도다.

현역 선수가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가입하려면 △LPGA투어 활동 10년 이상 △메이저대회 우승, 베어트로피 수상, 롤렉스 올해의 선수 선정 중 최소 1개 이상의 경력 △포인트 27(메이저 우승 2점·LPGA 우승 1점·베어트로피·올해의 선수 1점)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박세리는 2004년 메키롭울트라 오픈 우승으로 이미 명예의 전당 가입에 필요한 포인트(27점)를 모두 확보했다. 하지만 현역 10시즌 활동이 부족해 2007년 맥도널도 LPGA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면서 명예의 전당 입성 자격을 갖추게 됐다.

현재는 기준이 달라졌지만 당시엔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되면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도 가입돼 박세리는 115번째 회원(아시아 선수 4호)으로 자동 가입됐다.

박세리가 데뷔 후 LPGA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까지 걸린 10여년은 꽃길과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1997년 삼성의 후원을 받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박세리는 그 해 가을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고 1998년부터 미국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데 이어 US여자오픈까지 석권했고 첫해에만 4승을 올리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두번째 해에도 4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박세리는 2000년 주춤한듯 했지만 2001년과 2002년 매년 5승씩 거두며 정상을 지켰다.

하지만 골프 인생의 목표였던 LPGA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7년만에 달성한 탓일까. 2004년 자신의 22번째 우승컵을 안은 이후 박세리는 슬럼프에 빠졌다. 경기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성적은 잘해야 중위권이었다. 컷 오프되는 횟수도 많았다.

박세리는 2005년 손가락 부상을 입게되자 몸과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병가를 제출했다. 남은 시즌을 포기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박세리는 2006년 맥도널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재기에 성공했고 국민들에게 또 한번 큰 기쁨을 선사했다.

한편 오는 10일에는 또다른 한국인 선수가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골프 여제' 박인비다. 박인비는 이날 미국 시애틀 사할리 골프장에서 열리는 LPGA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1라운드만 마치면 이후 기권이나 컷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명예의 전당 자격을 얻게 된다. 박세리 이후 9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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