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정농단 파문' 첫 공식 재판…崔 혐의 전면 부인, 검찰-변호인 신경전 '눈길'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국정농단' 파문의 장본인 최순실씨(61)는 법정에 들어서서 피고인석으로 걸음을 옮기는 내내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12월19일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뒤로 묶은 머리모양에 검정색 안경을 썼다. 최씨는 1분 남짓 이어진 촬영이 끝나고 사진 기자들이 법정 밖으로 나선 뒤에 고개를 들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이날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 등 3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안 전 수석은 수척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정 전 비서관은 비교적 꼿꼿한 자세였다. 이들은 변호인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 특히 안 전 수석은 맞은 편에 앉은 검사들과 눈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를 검찰이 설명한 뒤 변호인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순서로 진행됐다. 뒤이어 최씨와 안 전 수석의 핵심 혐의인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및 설립 과정에 대한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검찰은 최씨 등의 공소사실을 40분 가까운 시간동안 자세히 설명했다. 특히 파워포인트(PPT)를 이용해 스크린에 간략한 요지를 띄워 설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와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요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족하다"며 "증거 조사를 통해 사실이 밝혀져야 하는데 미리부터 입증된 사실인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한다는 것이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는 것 같다"고 중재했다.
최씨는 검찰의 설명이 이어지는 내내 모니터가 아닌 다른 쪽을 응시했다. 긴장한 듯 물을 마시기도 했다. 입을 가리고 이 변호사와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검찰의 설명이 끝난 뒤 이 변호사는 최씨의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서로 알지 못한다"며 "검찰이 이들의 공모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게 되자 박근혜 대통령을 주모자로 끼워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두 재단 모금을 위해 박 대통령 안 전 수석과 공모한 일이 없다"며 "두 재단에서 어떤 금전적 이익도 취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최씨는 자신의 처지는 고사하고 딸마저 어머니의 잘못으로 덴마크에서 구금돼 어떤 운명에 처해질지 모르는 험난한 지경에 놓여있다"며 "이를 감수하고 이 법정에서 공정하고 엄정한 재판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억울한 부분이 많아서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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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수석의 변호인 역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특히 핵심 혐의인 두 재단 관련 부분에 대해 "출연금 내기를 거부한 기업도 있는데 강요죄 등이 성립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지난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변호인과 논의하고자 하는 쟁점을 적어 둔 메모를 압수당했다"며 "다음 기일에 구체적인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 전 비서관 측은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피고인들의 의견 개진이 모두 끝난 뒤 검찰은 정 전 비서관과 관련한 새로운 증거를 제출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 의해 청와대와 정부에서 유출된 문건 257건을 추가로 제출했다. 이 중에는 최씨 소유의 태블릿 PC에 저장돼 있었던 문건이 80건 포함됐다. 또 박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의 대화가 녹음된 파일과 녹취록 17건도 제출됐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들을 통해 이들의 공모관계를 입증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태블릿 PC를 개통해 최씨에게 제공하고 사용요금을 대납한 것으로 알려진 김한수 청와대 행정관이 "태블릿 PC를 실제 최씨가 사용했다"고 진술한 참고인진술조서도 함께 제출했다.
이에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태블릿 PC의 출처를 문제삼으며 앞선 재판에서 주장했던 감정을 재차 요청했다. 특히 태블릿 PC 획득 경위를 정확히 밝히기 위해 JTBC 기자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입수한 태블릿 PC는 안드로이드 체제인데, 여기에서 발견됐다는 '드레스덴 연설문'의 파일명은 iOS를 운영체제로 하는 기기에서 다운로드한 것처럼 돼있다"며 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검찰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도 없는 채 오히려 증거 신청을 하고, 마치 태블릿 PC와 관련된 안드로이드 체제 등과 관련해 뭔가 조작이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말은 금도를 넘은 변론이라 생각한다"고 맞섰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11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는 24일에는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진다.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 고영태씨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은 다음달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부는 다음달 13일부터는 매주 2회 재판을 열어 심리를 신속히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