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리포트] 29일 P플랜 회생절차 활성화 간담회, 서울회생법원 외 26개 기관 구조조정 전문가 대거참석

종전의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비해 신속한 구조조정을 가능케 해 기업가치 훼손을 막고자 도입된 한국형 프리패키지 제도(Pre-Package Plan, 이하 P플랜)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한국에서 최초로 P플랜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언급은 구체적으로 없었으나, 초청 대상기관 구조조정 담당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예상되는 진행모습을 그리는 데 중요한 기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서울회생법원 주최로 열린 'P플랜 회생절차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에는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진흥공단, 시중·국책은행을 비롯해 국내 6대로펌, 국내 4대 회계법인 등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참석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형 P플랜은 지난해 5월하순 개정돼 8월하순부터 시행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통합도산법) 제223조(회생계획안의 사전제출) 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기존의 회생절차는 회생절차 신청 후 법원의 인가를 받아 법정 내에서의 협의와 법원결정을 통해 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곤 했다. 이와 달리 P플랜은 '회생절차 신청' 이전단계에서부터 채권자·채무자 사이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회생계획을 미리 수립하도록 하고 법원이 이를 신속히 인가해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 8월하순부터 시행된 통합도산법에서의 P플랜의 특징은 사전계획원을 제출할 수 있는 이의 자격을 종전 '전체 채무의 1/2 이상을 가진 채권자'에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까지 확대함으로써 제도활용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종전의 정식 회생절차에서의 관계인집회의 개최횟수를 최소 1회까지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채권자·채무자가 회생절차 개시신청 이전에 합의한 사전회생계획안의 의결을 관계인집회가 아닌 서면결의로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등 부분도 개정안의 특징 중 하나다.
서울회생법원의 심태규 부장판사는 "채권자·채무자 사이의 합의가 충실히 이뤄지고 관련서류의 준비도 확실히 이뤄져 채권신고·조사에 소요되는 기간도 법이 규정한 범위에서 최소화된다면 회생신청에서부터 인가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이론적으로 단 4주면 된다"며 "다만 채권의 종류·규모, 채권확정 어려움의 정도 등 사건의 특징에 따라 개개 사안의 신청 후 인가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P플랜이 도모하는 것은 회생절차의 신청에서부터 인가, 나아가 구조조정의 종결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일단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들리는 즉시 해당기업은 신규 자금지원 중단에서부터 거래중단까지 기업의 가치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바로 P플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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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10대 도산사건의 절반 가량이 P플랜을 통해 해결되곤 한다는 게 서울회생법원 측의 설명이다. 세계 전역에서 53척의 건조벌크선을 운영하던 미국해운사 젠코쉬핑앤트레이딩(이하 젠코)이 2014년 4월 초 채권단과 RSA(구조조정 지원약정) 체결하고 사전회생계획안을 만들기 시작한 이후 회생계획의 발효까지 단 79일이 소요됐다. 젠코는 기존에 작성한 사전회생계획에 따라 12억달러의 부채를 줄이고 영업을 회복하고 이듬해인 2015년에 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다.
베스트셀러 판타지 소설인 '반지의 제왕'의 출판사이기도 한 미국의 휴턴미플린 역시 P플랜의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2010년 초 채무의 출자전환 등을 통해 1차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시도했던 휴턴미플린은 재차 재무상황이 악화돼 31억달러의 채무를 재조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휴턴미플린은 2012년 5월 채권단과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 RSA를 체결하고 같은 달에 사전회생계획안을 구비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휴턴미플린이 회생신청을 낸 후 회생계획 발효까지 걸린 시일은 단 32일에 불과했다. 이 기간 휴턴미플린은 씨티그룹으로부터 5억달러 규모의 신규자금을 지원받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지난해 8월 개정 통합도산법이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약 7개월 동안 P플랜을 활용한 사례가 전무했다. 이를 활용한 전례가 없다보니 개개 채무기업은 물론이고 채권금융기관이나 채권단을 주로 대리해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해 왔던 로펌, 회계법인 등의 입장에서도 P플랜이 낯설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P 플랜의 유용성과 활용가능성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실무상 변화의 조짐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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