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밑져야 본전'식 소송 줄여야…"법관보단 지역전문가 효율적"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진정한 난민을 위해 이제는 이의신청과 법원 1심 기능을 통합한 난민심판원(가칭)과 전담기구를 만들 때가 됐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49·사법연수원 24기)은 9일 최근 급증하고 있는 우리나라 난민 인정 신청을 둘러싼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난민법'을 제정했다. 당시 1574명이었던 난민 인정 신청자는 지난해 7541명으로 4.8배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 신청자만 해도 5590명에 달한다. 난민 인정 신청 증가에 따라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는 사람도 늘어나고, 이들에 대한 이의신청을 심사하는 난민위원회 운영에도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난민문제가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뉴스1>은 차 본부장에게 우리나라 난민 인정 신청을 둘러싼 과제와 향후 정책 등을 들어봤다. 새 정부 '법무부 탈(脫)검찰화' 기조에 따라 지난달 4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오른 그는 2006~2011년 법무부 최초의 개방직이었던 국적·난민과장에 이어 법무부 난민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등 체류외국인의 인권보호에 앞장서온 이 분야 전문가다.
차 본부장은 무엇보다 난민 불인정 결정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난민심판 전문기관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난민 인정 신청은 1차적으로 난민심사기관(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면접과 사실조사를 통해 결정된다. 불인정 결정자는 난민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법원에 소송도 가능하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물론 난민위원회가 한정된 인력과 예산으로 운영되면서 빠르게 증가하는 이의신청 건을 심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난민 불인정 결정자의 70~80%의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난민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진정한 난민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1994년 최초 난민업무 시행 이후 올해 8월말까지 난민심사가 종결된 사람 총 1만7688명 중 난민 인정을 받은 사람은 743명에 불과하다. 난민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140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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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본부장은 "현재 난민위원회는 비상설·비대면 심리기관으로 불복비율도 높은 상황이라 급증하는 난민 이의신청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가 곤란하다"며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전담기구를 조직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난민위원회를 상설·대면심리가 원칙인 전담기구로 확대·개편하고 국제지역 정세 전문가를 상임위원으로 채우면 난민 지위가 진정 필요한 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차 본부장의 생각이다. 나아가 전담기구에서 충실한 심의를 거쳤기에 불복비율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변호사시절 난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점이 토대가 됐다. 차 본부장은 "난민위원회가 비상설로 운영되면서 난민 인정 신청자가 속한 국가에 대한 이슈를 받아들이는데 느리고 늘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었다"며 "이에 아프리카·중동 지역의 정황에 정통한 국제정세 전문가를 확보해 이들을 상임위원으로 두고 난민 지위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마다 변하는 해당 국가의 정치적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발 빠르게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 본부장은 또한 현재처럼 3번의 소송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아닌 1심제 또는 2심제로 변경, 법원의 심리단계를 대폭 축소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차 본부장은 "난민 사건은 고도의 법리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 사실과 국제정세 판단이 중요한 것인데 여기에 판사들이 지금처럼 많이 투입되는 것은 국가 행정의 낭비로 빨리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며 "소송에 앞서 난민심판원과 같은 전담기구에서 충실한 심리가 이뤄지면 진정한 난민을 보호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 본부장은 3심제를 1, 2심으로 줄이는 것이 난민 인정 신청자들의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관련해 "기본권 제한 우려의 문제는 논의과정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이의신청 과정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셈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소송 과정을 보면 난민협약상 박해 사유와 거리가 먼 사인 간 채무관계, 친척 간 유산분쟁 등이 많다. 이들은 대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법상 강제 퇴거 대상이 아니라 외국인의 체류질서가 훼손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차 본부장은 "소송과정에서 난민 문제에 관심이 있는 로펌들과 변호인들의 조력을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한다면 절차를 줄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차 본부장은 미성년 아동 및 성(性) 소수자 난민 인정 신청과 관련해서도 "해외 선진국의 경우 아동이나 성 소수자를 위한 심사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는데 법무부 차원에서도 해외 사례를 자세히 분석, 이들에 대한 난민심사 가이드라인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 본부장은 난민심판 전담기구를 훗날 외국인의 출입국 이의신청 등 외국인 출입국행정 전반에 대한 문제까지 다룰 수 있는 행정심판원(가칭)으로 확대하는 안도 구상 중이다. 그는 "행정심판원과 같은 기구가 생기면 외국인의 권리구제가 합당한 기관에 의해 처리될 수 있고, 외국인을 '관리'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내·외국인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 본부장은 난민 문제를 넘어 현재 200만명을 넘어가는 체류 외국인에 대한 정책도 강조했다. 체류 외국인 증가에 따라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세금으로 외국인에 대한 시혜성 정책이 실현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존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차 본부장은 수익자부담을 원칙으로 하는 '이민통합기금' 마련 방안을 언급했다. 예를 들어 사소한 시비에 휘말려 벌금형을 선고받은 체류 외국인을 현행법에 따라 즉시 강제 퇴거시키는 것이 아니라 행정심판원 등의 심사를 통해 적절한 부과금을 내도록 하고 당사자가 원할 경우 체류 기간을 연장해주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외국인 정책을 위한 재원을 확보, 이를 이민통합기금으로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 본부장은 "체류 외국인을 내국인의 세금으로 도와준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데 외국인들로부터 확보한 재원을 외국인을 위한 정책에 사용한다면 내국인의 반발심도 낮출 수 있다"며 "동시에 체류 외국인이 한국에서 원하는 경제활동 등을 이어갈 수 있고 내국인과 공존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이 같은 안을 '제3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에도 포함해 추진할 예정이다.
차 본부장은 아울러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관련, 불법 체류 외국인으로 인한 일자리 잠식 문제도 해결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건설현장은 대부분 원청-하청 구조인데 하청업체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낮은 임금도 마다하지 않는 불법 체류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어 국내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근본적 해결 차원에서 고용주 단속 등을 위해 관계기관과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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