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서 미투로...권력의 붕괴-⑨]전문가들 "가해자 확실한 처벌, 피해자 조직화, 전문교육, 고발 시스템 제도화 필요"

검찰에서 시작된 '#미투'(MeToo·성폭력 피해를 '나도 당했다'는 뜻) 폭로가 문화·예술계·종교계·정치권 등 사회 전 분야를 뒤흔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이 이처럼 사회 전체로 전개될 수 있는 원인을 △촛불집회로 사회고발 인식변화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고발창구 다양화 등 3가지로 꼽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들이 공개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배경에는 촛불 시민혁명이 있다"며 "시민들이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를 탄생시키면서 잘못된 것을 얘기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갑에게 부당한 것을 얘기해도 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촛불 시민혁명의 성공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행동이 실제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극대화됐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 권력기관인 검찰에서 성추행 폭로가 나오면서 숨어있던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얘기할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억압돼 있던 여성들이 활발히 사회에 진출하면서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상승했다"며 "여성 스스로 정체성과 자존감을 키워왔고 여성단체에서도 인권운동을 전개하면서 저항의 힘을 축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 디지털화된 고발창구는 미투 운동이 급속히 확산하는 통로가 됐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은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형태의 사회 고발이자 사회문제를 공론화하는 방식”이라며 “조직 없이 개인화된 운동으로도 공론화시킬 수 있는 수단과 장이 마련돼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 양상이 '남녀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가해자 남성과 피해자 여성 구도로 폭로가 계속되고 있지만 본질은 남녀관계가 아니라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병훈 교수는 "역사 속에서 가장 오래된 차별, 갑을관계를 얘기할 때 남녀문제를 빼놓을 수 없어서 현재 가해자 남성과 피해자 여성의 구도만 주목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미투 운동은 넓은 시각에서 보면 남녀를 떠나 조직 내 권력관계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행위들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남녀 간 대립이나 경합의 문제로 환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이 단순 고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변화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 △피해자들의 조직화 △성 의식 교육 △고발 시스템의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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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교수는 "확실한 처벌이 이뤄져야 권력의 상층에 있는 사람들이 조심하고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피해자들도 개인으로 저항할 것이 아니라 조직화해서 문제를 계속 공론화하고 피해 정황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 등을 중심으로 연극계 미투 피해자 모임이 열렸는데 이 같은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5일에는 연극 연출가 이윤택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과 여성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교육과 제도 정비도 필수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담당자 인권교육, 전문성 교육이 잘 이뤄져야 한다"며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을 명예훼손 소송 등으로 엮는데 이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회사, 학교, 정부기관 등 각 기관에서 무작위로 제기되는 고백이나 폭로를 기다리면 안 된다"며 "기관 내에 고충·성추행·성폭력 사례를 조사하거나 처벌하는 기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