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탐구생활-②]부담 줄이려 강제 보충학습·방학숙제 없앴는데…학원은 '북적북적'


방학을 맞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정은 한산했다. 아이들 발길은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방학식과 함께 마음을 무겁게 하던 방학숙제는 사라졌다. 대신 가방엔 학원 교재가 가득하다. 20년 전과 달라졌지만 여전히 공부의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은 2018년의 중·고등학생들의 방학생활에 대해 알아본다.
과거 방학을 맞은 학생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 건 방학숙제였다. 과목마다 해야 할 숙제에 담임 교사가 직접 내주는 숙제까지 더해지면 부담은 만만치 않았다. 중학교 방학숙제는 과학 실험부터 전시·공연 관람, 독후감 작성까지 숙제의 종류도 다양했다. 여기에 일정 시간을 채워야 하는 봉사활동도 숙제로 부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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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숙제 부담은↓…학기 중 체험학습 증가에 방학여행은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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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숙제에 쩔쩔매는 학생들의 모습은 이젠 '옛날 이야기'가 됐다. 학업 부담 경감을 이유로 방학숙제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상당수 학교는 방학숙제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있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숙제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며 "요즘은 숙제라기보단 여러 체험을 하도록 권장하는 정도로 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방학숙제에서 해방된 아이들은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대다수 학원은 2학기 대비 특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의 한 보습학원 관계자는 "자유학기제(시험을 보지 않고 다양한 활동에 초점을 맞춘 학기)가 도입된 이후 학부모들 사이에선 2학기에 학생들이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아예 방학동안 한 학기 공부를 통째로 준비하는 특강도 인기"라고 전했다.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일반 과목 뿐 아니라 면접·논술 준비 열기도 뜨겁다. 전형 과정에서 면접과 논술을 보는 특목고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 학원가에선 1달 코스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특강도 성행하고 있다. 자녀가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직장인 최모씨(43)는 "특목고 입시는 9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방학이 준비의 마지막 기회로 통한다"며 "방학 때 아이들이 쉬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방심할 순 없다"고 말했다.
저가 항공 확산과 소득 증가로 지난해 기준 해외여행객은 2649만명으로 10년 전(1332만명)에 비해 2배 가량 늘었지만, '방학 여행' 열기는 시들하다. 학교 관계자들은 학기 중 체험학습이 확산되면서 가족여행이 보편화 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교사 남모씨(38)는 "요즘은 체험학습 기간이 1년에 20일까지 인정되기 때문에 학기 중에 여행을 가는 학생이 많다"며 "방학 때만 여행을 갈 수 있던 옛날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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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보충 없어도…수능·내신·스펙 쌓는 고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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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동안 학교 공부의 부담이 줄어든 것은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방학 동안 학생이 의무적으로 학교에 나오도록 하는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을 강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2010년대 초부터 강제적인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사라지면서 방학 동안 학교를 찾는 학생은 줄었다. 201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시형씨(28)는 "고등학생 때는 방학이 사실 의미가 없었다"며 "오후까지 보충수업에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를 떠난 고등학생도 중학생과 마찬가지로 학원으로 모여들었다. 수능과 내신 대비 뿐 아니라 수시를 대비한 '스펙 쌓기'도 치열했다. 해외 경험을 쌓기 위한 '스펙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주요 과목 공부에만 대비하던 10여년 전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학원 공부 증가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2008년 4.4시간에 그쳤던 고등학생의 사교육 참여시간은 2017년 기준 4.9시간으로 1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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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역할 더 중요해져"…52시간제 시행에 자녀 방학 기대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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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학교의 역할이 줄어든 만큼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조언한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방학 동안 한 학기동안 배운 걸 정리하고, 예습하는 걸 나쁘게 만 볼 수 없지만 균형이 필요하다"며 "진로를 탐구하고, 사회성을 기르는 등 다양한 공부를 하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선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선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직장인 남모씨(45)는 "직장 일로 바쁠 때는 아이가 방학해도 얼굴 한번 보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며 "이번 방학부턴 함께 영화를 보거나, 서점에 가면서 시간을 많이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