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다, 안전이 위험하다 ①] 5개층 역사에 1명 근무…비상상황시 공백 우려

지난 19일 저녁 7시쯤 찾은 서울 행당역 안내부스는 텅 비어 있었다. 부스 안에서 일하던 역무원 A씨(40)가 승객 민원 처리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A씨는 전체 5층으로 이뤄진 넓은 역사를 혼자 책임지느라 자리에 앉을 틈이 없었다. 신고 민원이 들어오면 곧바로 출동해야 했다. 그렇다고 부스를 오래 비울 수도 없어 항상 역사 내를 뛰어다니다시피 했다.
이날 A씨는 저녁 식사도 못했다. 2인 1조로 일하는 5~8호선 야간 근무자들은 식사를 교대로 하기 때문에 다른 근무자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A씨는 "1명이 식사를 하러 가면 근무자가 1명밖에 남지 않으니 서둘러 먹고 온다"며 "밥 먹다가 급히 돌아와야 할 때도 종종 있다"고 했다.
근무자가 2명이면 그나마 낫다. 1명이 갑작스레 몸이 안 좋거나 일이 생기면 넓은 역사를 역무원 혼자 지켜야 하는 상황도 종종 생긴다. 황우진 서울교통공사노조 역무본부 광화문지회장은 "인근 역에서 지원 나오기도 하지만 한달에 3~4번은 1인 근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하철역에 대부분 업무가 자동화돼 사람이 거의 필요 없어졌다지만 어디까지나 아무 일 없을 때 얘기다. 역무원들은 혼자 근무할 때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열차 탈선·추돌·화재·응급환자 발생 등 행여라도 비상상황이 터지면 제때 대응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공사에서 만든 '비상대응 현장조치 매뉴얼'이 있지만 역무원 1명만 있는 상황에서 매뉴얼에 따른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황 지회장은 "현장에서는 1인 근무 상황이 벌어지는데 매뉴얼은 2인 이상 근무 상황을 전제하고 있다"며 "현 근무 형태로는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승객의 안전을 지키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하철 기관사들도 1인 승무나 무인운전이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찬용 승무본부 사무국장은 "1인 승무 열차는 열차 내부에서 승객이 쓰러지거나 승객끼리 다투는 등 사고가 나도 즉각 조치가 불가능하다"며 "도착역 역무원이나 지하철 보안관에 연락을 하지만 그 사이에 다른 승객들이 피해를 입는 등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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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인력 부족은 지하철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3월 발표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수요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기술발전·자동화 등으로 약 18.5%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여기엔 △운전·운송 관련직 △청소·경비 관련 단순노무직 △기계제조·관련 기계조작직 등 고위험군 직업도 포함돼 있다. 이달 11일 컨베이어벨트 정비 도중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씨의 업무도 기계조작직에 속했다.
인건비 감축을 위한 무인화로 가장 먼저 직장에서 내몰리는 이들이 경비원이다. 대학과 아파트 등이 무인경비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면서 경비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
노조 측은 일부 대학이 야간 경비를 CCTV(폐쇄회로화면)를 활용한 무인방범체제로 바꾼 것을 두고 "무인화를 앞세운 학교의 인력 감축"이라고 비판했다. 이경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대분회장은 "CCTV가 아무리 최첨단이어도 기계일 뿐 상황 판단·처리 능력은 없다"며 "도둑을 잡고 침수에 대비하고 화재를 진압하는 일은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원도 마찬가지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연구팀은 올해 8월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서울시 아파트 경비원 고용변화' 보고서에서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임금 인상 억제·고용 인원 유지를 위해 휴게시간을 늘려왔던 관행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장기적으로 아파트에 무인경비 시스템을 도입하는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장에선 안전인력 감축이 결국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조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CCTV와 외부 경비업체에 의지하는 통합경비시스템은 현장에 상주하는 경비보다 대응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며 "현장 경비인력 감축은 결국 아파트 주민이나 대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