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비상저감조치 계속…쪽방촌 '정보 불균형'+'마스크 부족'

"(미세먼지 경보) 문자? 누가 우리 같은 사람한테 문자를 보내. (문자) 안 와."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되는 5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박모씨(81)는 손에 든 폴더폰을 내밀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도권 비상저감조치가 닷새째 이어졌지만 2G폰을 이용하는 박씨는 재난안전문자를 하나도 받지 못했다.
겨울에는 한파, 여름이면 폭염으로 고생하는 쪽방촌 주민들이 미세먼지 정책에서도 소외를 겪고 있다. 정보 불균형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달 4~5일 이틀간 돈의동과 용산구 동자동을 둘러본 결과 마스크를 착용한 쪽방촌 주민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광화문과 시청 등 도심에서 대다수 시민이 마스크를 쓴 것과 대비된다.
쪽방촌 주민들은 대부분 통신료가 저렴한 2G폰을 사용해 미세먼지 경보를 확인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2005년 이전 생산된 2G폰은 기술적 이유로 재난문자 수신이 불가능하다. 좁고 불편한 생활공간 탓에 하루 일과 대부분을 야외에서 보내는 쪽방촌 주민에게는 뿌연 먼지가득한 하늘만 보일 뿐이다. 어느정도로 심각한지 알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전모씨(42)는 "여긴 텔레비전이 없는 집도 많아서 (주민들이) 미세먼지 심각성을 안다고 할 수 없다"며 "방이 좁고 햇빛이 안 들어서 미세먼지건 뭐건 간에 그냥 밖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인근 보건소와 쪽방촌상담소 등에서 마스크를 나눠주는 경우도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 마스크 지급 횟수가 연간 3회 수준에 그치고 심지어 KF(Korea Filter·코리아 필터)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다.

문제는 미세먼지 수치가 수시로 올라가며 이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발령된 미세먼지(PM 10)와 초미세먼지(PM 2.5) 경보 일수는 각각 6일, 8일로 나타나 지급 마스크 개수를 웃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 김모씨(80)는 "미세먼지 경보 발령 때마다 매번 마스크를 주지는 않고 1년에 2~3번 오는 것 같다"며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돼도) 여기 사는 사람들은 평소랑 똑같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쪽방촌 주민 같은 취약계층의 건강권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분위기에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은 어린이나 취약계층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무료로 지급하는 내용의 서울시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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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의원은 "현재는 그때그때 재난관리 기금에서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조례 자체가 없어서 주먹구구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조례안은 대상자로 어린이,기초생활 보장 수급권자를 들고 있다. 마스크 1개당 가격을 602원, 연간 지급 개수를 1인 3개로 책정했다.
이어 권 의원은 "피해받는 사람들을 돕는 쪽으로 정책을 이끌어 가려고 한다"며 "일정 소득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방어가 가능하지만 저소득층은 작은 조치인 마스크를 사서 쓰는 것도 못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