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피의사실공표 금지, 검·경 갈등 커질까?

[MT리포트]피의사실공표 금지, 검·경 갈등 커질까?

이동우 기자
2019.09.16 17:10

[피의사실공표죄 충돌]1월 울산지검의 '보도자료' 수사, 경찰도 '김성태·조국' 맞대응

[편집자주]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를 범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수백건의 피의사실 유포에도 불구하고, 이 죄로 기소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사문화된 이 법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에 대한 피의사실 유포 논란으로 '국민의 알권리'와 '인권' 사이의 딜레마에 빠졌다.
민갑룡 경찰청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민갑룡 경찰청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피의사실공표를 원천 금지하는 법무부 훈령 개정 가시화로 검찰과 경찰사이 미묘한 갈등이 더해질 전망이다. 수사권 조정 신경전에 그쳤던 양 기관의 피의사실공표 수사가 법무부 공보준칙 개정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칼을 먼저 빼 든 쪽은 검찰이다. 올해 1월 울산지검은 울산지방경찰청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수사에 착수했다. 약사면허증을 위조한 남성을 구속했다는 평범한 내용의 경찰 보도자료였지만 검찰의 판단은 피의사실공표였다.

당시는 수사권 조정 갈등이 한창 높아지던 시기로 '경찰 길들이기'라는 반발이 나왔다. 논란이 일자 울산지검은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고, 지난 7월 '계속 수사' 결론을 받았다. 이후 경찰관 2명을 입건하는 등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피의사실공표가 더 큰 문제라는 인식이다. 검찰이 주요 사건 진행상황을 언론에 흘려 피의자를 압박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수사방식이라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다루는 사건의 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어느 쪽의 문제가 더 심각한지는 쉽게 알 수 있다"고 반발했다.

속수무책이던 경찰은 지난 7월 말에야 반격에 나섰다. 능동적 수사는 아니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검찰에서 KT 부정채용 혐의와 관련 자신의 수사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며 수사팀 관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조국 청문회 정국'에서도 경찰이 검찰 피의사실공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압수수색 사실 등이 언론에 흘러나오자 박훈 변호사가 고발했다. 다만 경찰은 2개 사건에서 검찰에 대한 직접 수사로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고소·고발인 조사 이후 자료만 만지작거리는 상태다.

기소권을 검찰이 독점한 수사 지형에서 이번 법무부의 훈령 개정은 경찰의 검찰 수사에 다소간 힘을 보태줄 전망이다. 경찰에 엄격한 요구를 하기에 앞서 검찰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은 갈등이 불거진 이후 검찰의 과거 피의사실공표 사례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피의사실공표는 347건이지만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전무하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개정된 공보준칙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나서고 검찰이 맞대응하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훈령 개정으로 검·경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개정안은 검·경 갈등의 측면보다는 철저한 공판주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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