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검찰조사·영장심사시 수갑 사용금지… "사고 책임소재 명확히 규정해야"

"불안하다."
최근 검찰이 구속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경우 수갑 등 장비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자 일선 교도관들이 보인 첫 반응이다.
대검찰청은 지난 9월 검찰이 구속 피의자를 조사하는 경우 수갑 등 보호장비 해제를 원칙으로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 25일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피의자가 자진 출석한 경우엔 원칙적으로 수갑과 포승 등 장비를 사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같은 일련의 조치는 그동안 검찰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갑을 채워왔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피의자의 인권을 위해선 좋은 방안이지만 개호(돌봄)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도관들 사이에선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정 측의 불안감은 '법원 경험'에서 비롯된다. 법원은 이전부터 형사소송법 280조에 따라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신체 구속을 금지했다. 교도관은 피고인 곁이 아닌 방청석에 자리했다.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A 교도관은 "피의자가 법정에서 도주를 시도한 적도 있었고 유죄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 자해를 하거나 판사에게 달려가는 경우가 있다"며 "언제 그런 상황이 터질지 몰라 계속 주시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도주를 시도한 경우는 총 8건이다. 그 중 3건은 법원에서 일어났다. 공식 통계상으로는 적어 보일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일선에서 교도관들이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따로 있다. A 교도관은 "도주를 시도하다가 곧바로 잡은 경우나 외출 시 불안한 시도를 한 경우를 포함하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 말했다.
피의자 인권보호가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면 교도관들은 적어도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 않냐고 묻는다.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 조사 때도 교도관들이 피의자를 항상 가까이서 지켜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컨대 검사가 수사 보안상의 이유로 교도관의 퇴거를 요청하면 교도관은 조사실에 입회할 수 없다. 이 경우 교도관은 상급자에 통보하고 복도 등 장소를 지정해 대기한다.
반면 막상 도주 등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온전히 교도관의 몫이다. 교도관 직무규칙 제6조(직무의 우선순위)에 따르면 교도관은 '수용자의 도주·폭행·자살 등 구금목적을 해치는 행위를 막는 것'이 모든 직무에 우선해야 한다. 도주 발생시 현장 교도관들이 중징계를 받는 것은 물론 현장 감독자와 해당 교도소·구치소장까지도 문책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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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이상 경력의 B 교도관은 "법정이나 검찰청에서 보호장비를 푸는 것은 교도관들의 권한이 아니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교도관이 온전히 지는 상황"이라며 "권한과 책임이 상충되는 상황에서 조화점을 찾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 조사 같은 경우 교도관이 수용자 인계 업무만 수행하는 등 책임소재를 규정하는 방안이 제시된 상태"라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법원이나 검찰 등에서 인력확보 등 조치가 이뤄지면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