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편러 박기자]불쾌감 높이는 사무실 안 소음 유발자들

#'딱, 딱'. 직장인 A씨(31)는 회의 중 들려온 소음에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폈다. 맞은 편에 앉은 김 과장이 또 손톱을 깎고 있었다. 김 과장이 깎던 손톱 중 일부가 날아와 A씨의 손등을 때렸다. A씨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비누, 손 청결제, 알코올 솜 등으로 손등을 닦아냈다.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소음들이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다. 매일 보는 사이인지라 소음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어 직장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 사무실 내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에티켓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실 소음은 직장인 대부분이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51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6.9%가 '사무실 내 소음을 느낀 적 있다"고 답했다.
주로 시달리는 소음(복수응답)으로는 '전화 통화나 업무를 위한 대화 소리'(20.3%)가 가장 많았다. '사적으로 잡담하는 소리'(18.1%)와 '휴대폰 벨소리'(12.2%), '사무실 전화 벨소리'(10.7%) 등은 그 뒤를 이었다.
직장인 B씨(27)는 "사무실에서 사적인 통화를 하는 대리님이 한 분 있다. 통화내용이 다 들려서 그분 시어머니가 여행지에서 생긴 일까지 다 알게 됐다"며 "조용한 사무실에서 큰 목소리로 10분 넘게 통화를 하는지라 안 듣고 싶어도 안 들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을 괴롭히는 소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손톱 깎는 소리도 불쾌감을 유발하는 소음 중 하나로 꼽힌다. 직장인 C씨(28)는 "옆자리에 앉은 분이 자리에 앉아서 손톱 손질을 자주 한다. 아침부터 그러면 그 소리가 너무 거슬리고 비위 상한다. 화장실로 잠깐 피할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참지 않고 분출한 생리현상도 소음이 된다. 직장인 D씨(24)는 "맞은편에 앉은 상사가 자꾸 트림하고 혀 차는 소리를 낸다. 처음엔 못 들은 척도 하고 이어폰도 껴보고 했는데 무시가 안 된다. 심할 때는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고 싶을 정도다. 상사라서 뭐라고 말도 못 한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E씨(28)는 "인턴으로 근무하던 때 상사의 방귀 소리도 들어본 적 있다. 실수로 뀐 게 아니라 그냥 편하게 배출하는 것 같았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큰 소리로 '빵'하는데 일하다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었다. 다행히 냄새는 안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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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다양한 소음들이 직장인에게 불쾌감을 준다. E씨는 "지금 회사에도 지독한 소음 유발자가 한 명 있다. 바로 옆자리 과장님이다. 회사에서 손톱 깎고, 전자담배를 청소한다. 영자 신문을 보며 소리 내서 읽기도 한다. 일 처리가 제대로 안 되면 자리에 앉아 욕까지 할 때도 있다. 보통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사무실 소음으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커리어 설문조사에서 '사무실 내 소음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업무 집중력 감소'(58.7%)라고 답했다. 이어 '짜증 등의 심리적 불안감'(18.9%), '업무 진행 불가능'(12.2%), '두통 등의 신체적 고통'(6%) 등을 호소했다.
모든 직장인이 각종 소음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인 만큼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F씨(34)는 "회사에 9시간 넘게 있는데,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소음이 날 수밖에 없다. 손톱 깎는 것 정도는 그냥 이해해주면서 넘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무실 소음에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참는 경우가 대다수다. 중요한 일을 할 때만 잠깐 귀마개를 착용하거나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기도 한다.
생리현상을 숨기지 않는 상사와 일하는 직장인 D씨는 "개인적으로 상사에게 소음에 대한 불만을 표하지 못하니 회사 차원에서 교육하거나 공지를 내려줬으면 한다"며 "무엇보다 상사 스스로 본인이 유발하는 소음이 타인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 에티켓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