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경기도 김포에서 일가족이 숨진 참변이 있었다. 8살된 어린아이까지 사망한 사건이었는데, 취재 결과 이는 이 아이의 엄마가 사기 행각을 벌인 뒤 극단적 선택에 아이까지 끌여들인 비극으로 밝혀졌다.
김포에 거주하는 A씨(31)는 지난해 12월 한 캐피탈사의 갑작스런 빚 독촉 방문에 깜짝 놀랐다. 캐피탈사 측은 카드에 연체된 빚을 갚으라고 촉구했지만 정작 A씨는 해당 카드를 발급한 적도, 사용한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각 금융사로 달려가 자신의 채무내역을 확인했다. 그가 모르는 사이 지난해 7월부터 총 4개의 카드사에서 3000만원에 달하는 부채를 지고 있었다. 그의 신용등급은 7등급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확인 결과 몰래 카드를 발급한 이는 그의 보험설계사였던 B씨(37). A씨와 B씨는 지난 5월 보험 가입을 통해 처음 만난 사이였다. A씨가 추궁하자 B씨는 보험 가입 당시 받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카드를 발급했다며 곧 갚겠다고 사정했다.
그러나 변제를 기대했던 A씨는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 B씨가 지난 5일 아들(8), 어머니(62)와 함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 측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 "삶이 힘들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부검 결과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뉴스를 보고 경찰을 찾은 A씨는 자신 이외에도 보험 및 대출 사기를 당한 3~4명의 피해자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 중 일부는 B씨가 숨지기 전 사기 혐의로 B씨를 고소한 상태였다.
B씨가 사망하자 난감해진 것은 피해자들이었다. 사망한 사람에게 배상을 받을 길이 요원한 탓이다. 실제로 B씨가 노모와 자식까지 극단적 선택에 끌어들이며 피해자들은 그 누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
카드사에 문의해도 마찬가지였다. A씨가 한 카드사에 문의한 결과, 카드가 발급된 곳은 김포가 아닌 방문한 적도 없는 대전이었다.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정보만 기입하면 되는 길거리 카드 영업을 통해 손쉽게 발급됐던 것이다.
해당 카드사는 A씨에게 "B씨의 모친에게 카드를 넘겨줬다. A씨 본인에게 주지 않은 건 우리의 실수"라 인정했지만 "문제가 있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법대로 해결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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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카드사나 경찰 측이나 이번 일은 있을 수 없는 사건이라고 한다"면서 "카드를 사용하면 그 내역이 남아 잡힐 것을 알기에 범죄를 시도하지 않는데 B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염두에 두고 돈을 다 써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반 서민이 대형 카드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기가 쉽지 않다"면서 "다른 카드사와 금융감독원에도 문의했지만 조사에 착수했다는 답변만 나오고 있다. 기다리는 가운데 신용은 떨어지고 빚은 쌓이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법조계 관계자들 역시 피해자들이 구제받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변호사는 "A씨는 카드사가 본인인증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B씨가 카드사를 완벽하게 속여 (카드사의) 책임 소재가 적다고 판단되면 승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B씨가 보험판매 대리 업무를 맡았던 보험사 관계자 역시 "전산 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이 불가하다"면서 "고객과 직접 대면하면서 개인정보를 받아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책임을 피했다.
범죄에 당한 A씨는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됐다. 다른 피해자들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