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신발 던진 50대, 폭행죄 처벌받을까[팩트체크]

대통령에 신발 던진 50대, 폭행죄 처벌받을까[팩트체크]

유동주 기자
2020.07.17 10:04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원식 연설을 마친 뒤 나서는 가운데 한 시민이 문 대통령에 대해 비방하는 고함을 치던 중 경호 관계자들에게 저지당했다. 사진은 저지 과정 벗겨진 시민의 신발. 2020.7.16/뉴스1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개원식 연설을 마친 뒤 나서는 가운데 한 시민이 문 대통령에 대해 비방하는 고함을 치던 중 경호 관계자들에게 저지당했다. 사진은 저지 과정 벗겨진 시민의 신발. 2020.7.16/뉴스1

국회 개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한 50대 남성이 고성을 외치며 신발을 던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16일 오후 3시20분쯤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개원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던 대통령에게 정모씨가 자신의 신발을 벗어 던졌다.

경찰은 정씨를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신발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수미터 거리가 있는 곳에 떨어져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정씨가 폭행죄로 기소돼 처벌까지 받을 지도 관심이다.

형법 제260조엔 폭행죄에 대해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261조 특수폭행죄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폭행죄는 이렇게 간단히 법에 규정돼 있어 실제 어떤 범위까지가 형법상 '폭행'에 해당하는지는 법원 판단이나 학자들의 견해에 따라 달라지고 정해진다.

물건을 상대방을 향해 던졌고 유형력 행사로 볼 만한 상황이면 폭행죄 가능성이 높다. 근접해 때릴 듯이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면 직접 상대방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어도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다고 보고 폭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 상대방 멱살을 잡기만 해도 당연히 폭행죄에 해당한다.

신발 던진 행위만으론 폭행죄 적용 어려워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엔 대통령 쪽으로 신발이 떨어졌지만 물리적 유형력 행사로 보기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현행범 체포를 했으니 일단 수사는 하겠지만 처벌가능 여부를 볼 때엔 폭행죄 보다는 국회 내에 들어가 경호를 뚫고 접근 해 그런 행위를 하려 한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과거에 경륜장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우면서 소화기를 집어 던졌어도 특정인을 겨냥해 위협적으로 던진 게 아니라면 특수폭행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판례(2010도930)가 있다"며 "법원은 폭행죄에서의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법원 판단 기준에 비춰보면 사회통념상 물건을 이용한 폭행에 해당하려면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정도의 물건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쓰인 '남자 구두'는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가할 수 있는 물건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라면, 대통령 쪽으로 던진 신발로는 폭행죄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울러 체포된 정씨가 폭행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중요하다. 신발을 던진 행위가 대통령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였다면 폭행죄 해당 여부를 살펴야겠지만, 단지 주목을 끌어 자신의 발언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려는 의도였다면 폭행 의사로는 볼 수 없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도 "폭행죄로 처벌하긴 쉽지 않고 국회 경내에 침입해 경호중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던진 행위는 건조물침입죄 적용을 검토해 볼 순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7년 12월14일 경남 창원시3·15의거 기념관에 걸려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에 날계란과 케첩을 뿌린 시민단체 대표도 대법원에서 벌금형 200만원이 확정되기도 했다. '적폐 청산과 민주사회 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대표였던 김모씨는 공용물건 손상죄와 건조물침입죄로 유죄가 확정됐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 피해자 처벌 의사도 중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이른바 '물컵 폭행' 사건에서 테이블 건너 편에 앉아 있던 광고업체 직원 들 옆으로 물컵을 던져 깨졌지만 결국 '무혐의'로 종결돼 기소도 되지 않았다.

검찰은 광고 업체 직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반의사불벌죄인 폭행죄로는 처벌할 수 없어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냈고, 유리컵을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던진 것도 특수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리했다.

이라크에선 부시 전 美 대통령에게 신발던진 기자 '징역형'
알 자이디 기자가 2008년 12월 14일 부시 전 대통령과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부시를 향해 신발을 던지며 "이것은 이라크인들이 주는 선물이다. 당신은 개다"라고 소리친 뒤 체포됐다./사진=뉴시스
알 자이디 기자가 2008년 12월 14일 부시 전 대통령과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부시를 향해 신발을 던지며 "이것은 이라크인들이 주는 선물이다. 당신은 개다"라고 소리친 뒤 체포됐다./사진=뉴시스

해외에선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행위로 처벌 받은 사례가 있다. 2008년 12월 이라크에서 있었던 조지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장에서 '문타다르 알 자이디'라는 이라크 기자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항의하면서 "이것은 이라크 사람들의 '굿바이 키스'며, 이라크의 과부들과 고아들 죽은 사람들이 주는 것"이라고 외치며 욕설과 함께 신발을 두 차례 던졌다.

부시 전 대통령은 몸을 구부려 신발 두 짝을 모두 피했고, 소동 이후로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소동이 끝난 뒤 "자유국가에서는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그가 신발을 던진 것 또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이라크 사법당국이 이번 일에 과잉 대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자이디는 이라크 사법당국에 의해 외국 원수를 공격한 혐의로 12개월 형을 확정받아 9개월을 살고 석방됐다. 석방 뒤 유럽으로 떠나 이라크 전쟁 피해자들을 돋기 위한 지원단체를 설립해 운영하던 자이디는 2018년 이라크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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