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약 밀수 500만원 이상만 검찰이…검경 "현실성 없어"

[단독]마약 밀수 500만원 이상만 검찰이…검경 "현실성 없어"

이정현 기자
2020.07.22 10:38
자료사진/뉴스1
자료사진/뉴스1

검경 수사권조정 잠정안에 마약 범죄 중 500만원 이상 규모의 밀수범죄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놓고 검찰과 경찰 모두 불만을 표하고 있는데, 최종안이 어떻게 도출될 지 관심이 모인다.

검찰, 마약 밀수 가격 산정 어려워..."비현실적"

22일 검경 수사권조정 잠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마약범죄 중 유일하게 500만원 이상 규모의 마약 밀수 범죄에 대해서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이는 마약 밀수 범죄가 중요 경제범죄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르면 마약 밀수는 가액 500만원 이상일 때부터 가중처벌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기준으로 검찰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 잠정안에 검찰과 경찰 모두 반발하고 있다. 우선 검찰은 밀수 금액을 수사 착수 초기에 확정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통상 수사기관은 수사를 거쳐 기소할 때쯤 밀수 금액을 특정한다. 잠정안 대로라면 수사 착수 시기에 밀수 금액을 500만원 이상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500만원이 안됐을 경우 기소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검찰은 500만원 이하 밀수범죄에 대해 검찰이 기소할 경우 법정에서 변호인이 수사 착수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할 수 있고, 이러면 밀수 부분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은 국가, 지역, 시기별로 가격이 전부 다르고 주로 암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객관적 가격이 존재할 수 없다"면서 "신종 마약의 경우 정해진 가격 자체가 없고 또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가격이 계속 변동하기 때문에 밀수 범죄를 가액 기준으로 나누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마약 밀수 범죄를 중요 범죄로 봤다면 가액 기준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상 수출입 행위로 규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 강력부 검사는 "지금도 검찰은 중대 밀수 범죄 위주로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500만원이라는 기준을 세운다 해도 수사 실무상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면서도 "수사가 문제가 아니라 나중에 재판에 들어갔을 때 밀수업자들이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경찰, 잠정안대로라면 수사 관행 안바껴..."1차 수사 경찰이 담당해야"

경찰은 잠정안이 기존 수사 관행을 전혀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1차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게 되면 그에 따라 수사인력의 재개편이 이뤄져야 하고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데, 마약 수사를 잠정안대로 검찰과 같이 하다보면 현행 수사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강력부를 중심으로 중대 마약 밀수 범죄 수사에 집중하고 있고 세관에서 송치된 사건이나 경찰 수사 사건을 바탕으로 상선수사(밀수 조직 검거)를 주로 진행 한다. 세관과 경찰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구조다.

경찰은 1차 수사를 담당하게 된 만큼 경찰 중심으로 수사 구조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찰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조정은 제도의 문제"면서 "수사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중요한 과정인데 조금 더 신중하게 본질을 생각하며 진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가법이 아닌 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00만원 이하 밀수 범죄의 경우에도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경찰에서도 특례법으로 의율해 입건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 범죄 별도 규정하지 말아야" 주장했던 추미애...거부당한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뉴스1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번 검경 수사권조정 잠정안 도출 과정에서 중요범죄 죄명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 수사 개시 범죄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추 장관은 6대 중요 범죄는 죄명 구분없이 그대로 가고 대형참사의 경우에만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도출된 잠정안에 따르면 검사 직접 수사 개시 범죄 범위가 △4급 이상 공직자 △3000만원 이상 뇌물 부패 범죄 △500만원 이상 마약 밀수 범죄 등으로 세세하게 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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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2016~ 사회부, 2021~ 정치부, 2023~ 정보미디어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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