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테세우스의 배, 그리고 대학

[기고]테세우스의 배, 그리고 대학

김종규 포스텍 기획처장
2021.07.14 05:17
김종규 포스텍 기획처장
김종규 포스텍 기획처장

그리스 신화에는 수많은 영웅이 등장한다. 그중 테세우스는 미궁 속 괴물 미노타우로스 처치를 비롯, 수많은 전설을 남겼다. 아테네인들은 테세우스를 기리기 위해 그가 탔던 배를 델로스섬까지 가져와 퍼레이드를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수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배의 부품을 새로 바꾸다 보니, 결국 마지막에는 '테세우스의 배'라는 이름 외에는 모든 것이 다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고대 로마의 철학자인 플루타르코스는 "이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리스 철학자들은 이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체성이란 실체가 아닌 지향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수리한 배는 테세우스의 배라고 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회 전반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 당연했던 것이 특별한 것이 되고, 일상이 비일상이 됐다. 코로나19에 인류가 언제 완벽히 대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르네상스를 불러온 페스트처럼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사회는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특히 고등교육계가 그렇다. 2020년 말, 미국 뉴욕타임스는 재정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미국 대학들의 위기를 다뤘다. 최고의 공립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는 인류학과 사회학, 미술사학 박사과정 신입생 선발을 중단했다. 국공립대뿐만 아니라 자산에 있어서 최고로 꼽히는 명문 사학 하버드대조차 1005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하버드대가 적자를 낸 것은 경제대공황이 세계를 휩쓴 1930년 이후 90여 년 만이다.

하버드대의 학비는 연간 4만9653불, 우리 돈으로 5700만 원이다. 누구도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시기에 이 수업료를 내면서 온라인 강의를 들으려 하지 않으니, 학생들이 등록을 연기하거나 유예해 적자를 내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상대로 떠오른 것은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한 다른 대학이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구글과 코세라다. 구글은 IT분야 전문가를 길러내는 강의를 온라인을 통해 제공한다. 여기서는 구글이 인정하는 데이터분석가나 IT지원 등의 자격증을 받게 된다. 구글은 학위나 경력이 없어도, 1주일에 10시간도 안 되는 시간을 반년동안 이 온라인 강의에 투자하면, 초봉이 5만달러가 넘는 IT관련 일자리에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설명한다. 수업료는 한 달에 39달러로, 자격증을 따기까지 300달러가 채 들지 않는다. 아랍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언어의 자막까지 제공한다. 석학들의 수업을 제공하는 코세라도 마찬가지다. 수업은 무료이고, 학위를 따려면 금액이 발생하지만 다른 대학처럼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 대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테세우스의 배처럼, 과연 우리는 구글과 코세라와 같이 가상공간(metaverse)에서 제공하는 수업, 그리고 학위나 자격증을 정규 학위나 자격증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필자가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현명한 답변을 하긴 어렵지만 확실한 사실은 고등교육이 지난 수 세기 간 고수해왔던 전통적인 교육 방식이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으며, 세계의 대학은 물론 가상세계를 캠퍼스로 하는 새로운 교육기관과도 경쟁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로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그 가능성과 저변을 확장해나가야 한다. 대학에도 분명한 장점은 있다. 구글과 코세라가 제공하지 못하는 대학 고유의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 사람간의 교류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생들이 팬데믹과 같은 상황 속에서도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언제든 캠퍼스를 누빌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대학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이제 바이러스를 넘어 사회 전반의 대대적인 전환기의 시작점이 됐다. 또 대학 역시 구글·코세라같은 거대한 '테세우스의 배'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경쟁하며 헤쳐나가야 한다. 이 어려운 전환기 속에서 대학이 갖추어야 할 경쟁력은 결국 대학이 직접 나서서 만들어가야 한다.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있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대학(University)이라는 말에 '초월'의 의미를 담은 메타를 담은 메타버시티(Metaversity)라고 하는 새로운 발전 방향, 그리고 MOOC(온라인대중공개강좌)이나 플립드러닝을 비롯한 기존 수업 방식에 그치지 않고,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등 IT를 활용해 메타버스 기반의 새로운 교수법과 프로그램을 더하는 적극적인 개척정신이야말로 우리 대학들의 방주(方舟)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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