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기방 경품 만원 넘으면 불법인데…현장에선 40만원 카메라가

뽑기방 경품 만원 넘으면 불법인데…현장에선 40만원 카메라가

박수현 기자
2021.08.08 12:00
인형뽑기
인형뽑기

#6일 오전 9시 서울 광진구의 한 인형뽑기 매장. 캐릭터 인형과 비닐에 싸인 텀블러, 피규어 등이 든 10여대의 인형뽑기 기계가 손님을 맞았다. 일부 경품은 척 보기에도 수만원대의 고가 물품으로 보였다. '인형 2개를 뽑으면 받을 수 있다'는 문구 아래에는 7만원짜리 인형이 놓여 있었다.

일정 금액의 현금을 지불하고 기계에 있는 인형을 뽑는 이른바 '인형뽑기' 매장의 경품 가격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1만원이 넘는 가격의 경품은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어 불법이지만, 저렴한 가격의 경품으로는 손님을 끌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업주들은 경품에 대한 현실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도 안 지키는 '경품 1만원' 기준…수십만원 경품 사용하는 매장도
2017년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직원들이 가짜 인형 검수를 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4월 25일부터 6월 2일까지 인형 뽑기방에 공급되는 인형의 불법 수입-유통을 단속하여 시가 72억원 상당의 가짜 봉제인형 53만점을 적발했다. /사진=뉴스1
2017년 서울 강남구 서울본부세관에서 직원들이 가짜 인형 검수를 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4월 25일부터 6월 2일까지 인형 뽑기방에 공급되는 인형의 불법 수입-유통을 단속하여 시가 72억원 상당의 가짜 봉제인형 53만점을 적발했다. /사진=뉴스1

머니투데이가 6일 서울 광진구, 서초구 일대의 인형뽑기 매장 10여 곳을 방문한 결과 대부분 가게에 1만원이 넘는 경품들이 놓여 있었다.

광진구의 한 매장 안쪽에는 '인형뽑기 매장'이란 이름과 다르게 무선이어폰, 차량용 충전기, 고급 브랜드 화장품, 위스키 모양 손소독제 세트 등 다양한 경품이 걸렸다. 중고 시장에서 5~10만원에 거래되는 물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뽑기 가게의 고액 경품은 불법이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형뽑기 매장' 에서 경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의 가격의 상한선은 1만원이다. 당초 5000원 이상의 모든 경품은 사행성 조장 등의 명목으로 불법이었으나, 지난해 12월 '현행법이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1만원으로 인상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경품 관련 규정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인형뽑기방의 인형 가격을 고려해 경품의 지급기준을 1만원으로 인상해 정품 활용을 유도하고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경품 가격이 너무 낮아 '짝퉁' 인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업주들의 호소를 고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어기고 비싼 경품을 들여 놓았다가 처벌받는 업주들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올 6월23일 서울 관악구에서 인형뽑기 매장을 운영하던 A씨(41)에게 게임산업진흥법을 위반하고 상한가격보다 높은 금액의 경품을 사용해 영업한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매장에 설치한 10여개의 게임기에는 16만8000원 상당의 화장품 냉장고와 시가 40만3500원 상당의 카메라 드론, 9만9000원 상당의 공기청정기 등 고액의 경품이 비치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1만원은 너무 저렴하다' 항의하는 업주들…"금액 대신 다른 기준 마련해야"

업계에서는 현행 게임산업진흥법이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경품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년째 유지되던 인형뽑기방 경품 가격이 지난해 한 차례 인상됐으나 여전히 1만원 정도의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경품 가격이 사실상 손님을 끌어들일 핵심 요소라는 것을 감안할 때 다른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부산에서 인형뽑기 가게를 운영하는 송모씨(30)는 "인형뽑기 경품으로 저렴한 인형만 내걸면 손님이 오지 않고, 하다못해 라이터나 아이폰 모양의 보조배터리라도 걸어야 손님이 와서 이익이 난다"며 "뽑기 한 번에 아무리 싸도 500원, 1000원인데 손님들은 1만원도 안 되는 상품을 뽑으러 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게임 과몰입이나 사행성 조장 등 '도박'으로 변질되기 쉬운 뽑기 특성상 금액 대신 다른 규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형뽑기 매장 창업 상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인형뽑기 매장은 다른 게임 매장에 비해 규제가 빡빡한 것이 사실"이라며 "도박을 막자는 취지는 업주들도 공감하기 때문에 금액 기준을 완화하는 대신 이용 횟수 제한 등 다른 기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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