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터뷰

"코로나19(COVID-19) 속에서도 한국은 가장 빠른 디지털·실감 기술 전환으로 전 세계와 소통하는 선도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걸 세계 곳곳에 닿는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하면, 이제는 방탄소년단(BTS)이나 '오징어 게임' 같은 K-한류라는 핵탄두까지 장착된 거죠. '위드 코로나'와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할 한류 수요에 대응할 국내외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겁니다."
미증유의 감염병 위기를 겪은 국내 문화예술·관광 생태계 최전선을 지킨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글로벌 신드롬을 낳고 있는 한류의 매력을 '다이내믹(역동성)'이라고 정의한다. 50분 짜리 오징어게임 드라마 한 편에 삶의 희노애락이 담기고 BTS가 노래하는 4분 동안 힙합과 R&B·클래식을 모두 들을 수 있듯, 시대를 한껏 압축한 K-스토리가 멈춰버린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로 일상을 되찾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글로벌 주류문화로 자리잡은 한류의 문화침공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제조업으로 대표되는 '하드파워'만 강한 줄 알았던 한국이 사실은 '소프트파워(정보과학·문화·예술 영향력)'에 더 능숙하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황희 장관이 꿈꾸는 진짜 한류는 이보다 고차원적이다. 높아진 한류의 위상이 단편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경제적 시너지를 만들어 일상의 풍요로움을 더하는 게 그가 그리는 한류 청사진이다.
황희 장관은 오징어게임의 성과를 논하기보단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한류 콘텐츠·관광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해외에서 K팝 공연을 보러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무한한 상상력을 드라마와 영화로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이유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말 그대로 '한류 전성시대'다. 한류 담당 부처를 이끄는 장관으로서 전 세계를 홀린 한류의 매력을 꼽자면.
▶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까지 빠르게 성장해온 과정을 겪은 한국인이 만드는 콘텐츠는 이야깃거리가 많습니다. 워낙 콘텐츠 스펙트럼이 넓은데 그 스토리를 기술적으로 압축해 담아내니 전 세계가 공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도시공학적으로 보면 뉴욕이나 홍콩처럼 동서양이 혼합된 곳이 가장 발전한다고 하는데, 글로벌 사회와 동기화된 젊은세대가 자유롭게 창작하는 우리 콘텐츠엔 이런 모습이 있습니다.
-한류 콘텐츠 시장의 세계화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 해외에서 한류의 전달력을 높일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 대사관은 외교, 정치, 안보 현안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해외 한국문화원을 중심으로 한류·문화 허브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세종학당 등이 다루는 콘텐츠를 집약적으로 소개하는 창구인 '한류 아웃바운드 플랫폼' 운영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류 파급효과가 연관산업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 뿐 아니라 부처 간 협업도 키워 체계적인 한류담론을 모색하고 정책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문체부를 비롯해 산업부, 농식품부, 복지부, 중기부, 해수부 등 산발적으로 진행했던 한류 지원을 하나로 모은 종합 한류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메타버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실감콘텐츠 육성도 한류 진흥의 일환인가.
▶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은 디지털화·실감기술 개발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했습니다. 특히 메타버스는 콘텐츠, 문화예술, 게임, 관광 등 문체부 소관 영역에서 시도가 가능합니다. 지난 여름 프랑스 파리에서 BTS 공연과 영화 '기생충'을 실감 콘텐츠로 만들었을 때 1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등 신시장 창출 가능성을 보여줬어요. 내년부터 한국 실감 문화콘텐츠 제작을 지원해 메타버스 경험이 실제 한국여행 등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독자들의 PICK!
-방역 고비를 넘기고 본격적인 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에 돌입했는데, 국민 일상생활에서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는가.
▶ 지난 2일 장관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민방위복을 벗고 국무회의에 참석해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과 함께 야구장과 결혼식장을 방문했는데, 관중들과 하객들이 즐기는 모습이 반갑고 고무적이었습니다. 긴 시간 고통 속에서도 자발적으로 방역에 협조해주신 국민들을 위해 소비할인권을 중심으로 문화일상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다만 여전히 코로나 상황이고 단계회복 1단계에 불과하단 점에서 자칫 일상회복 시책이 감염 확산으로 가지 않도록 방역체계 점검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국민 일상회복을 논할 때 여행을 빼놓을 수 없다. 관광분야도 봉쇄에서 해결로 넘어갈 시점인가.
▶ 코로나19 이후 가장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해 물어보면 1위가 여행이고 2위와 3위가 공연관람·체육활동 등 일상 여가활동입니다. 방역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불편과 관광업계 피해를 고려하면 방역과 여행, 경제의 조화를 모색할 시점이 왔습니다. 국내관광 소비촉진과 안전여행 일상화를 위한 11월 '여행가는 달'을 시행하고 숙박할인쿠폰도 오는 9일 재개합니다.
다만 관광산업은 여전히 전쟁터 같은 상황입니다. 그간 관계부처와 2조6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했지만, 업종 특성 상 식당처럼 당장 여행하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회복탄력성이 낮아 피해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조기 활성화가 요원한데도 손실보상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추가 간접지원방안을 협의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한류 흐름을 타고 방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관광시장을 되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 한류 콘텐츠가 전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우리 관광산업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중심이었다면 이제 인바운드를 키울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착공식에 찾았던 6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K팝 아레나가 붐업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간 해외에서 열렸던 대형 K팝 공연을 연중 내내 국내에서 열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방한 관광수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한 관광 진흥계획은 무엇인가.
▶ 싱가포르와의 여행안전권역(트래블버블)을 시작으로 국제관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달 중 '한일관광진흥협의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엔 한중일 관광장관이 모인 회의를 개최해 가장 중요한 방한고객인 중국, 일본과 역내관광 회복 기틀을 다질 예정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 간 장벽은 높고 예전처럼 여행하기까진 시간이 걸립니다. 현재 관건은 코로나 이전 연간 1700만명 수준에 불과했던 방한 인바운드 시장 역량이 한류 흐름을 타고 2500만명 수준까지 성장할 때 제도나 산업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이를 위해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서도 3박4일을 머물 수 있는 관광지를 만들고, 안심관광코스 등을 개발해야 합니다. 특히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권역별 관광 경쟁력을 확인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종합관광지수'를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