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없는 대전 유기견 보호소 '시온쉼터', 죽을뻔한 개들 살리느라 일상이 빚더미…4월 1일엔 화재로 소장님 숙소까지 불타, 매달 사룟값과 인건비, 청소 비용만 월 1300만 원, "매일 새벽 잠도 오질 않아요, 제가 버틸 수 있을까요"


시골에서 밭을 지키며 살던 개가 있었다. 그 개는 어느 날 새끼를 배었다. 주인은 개가 임신했다며 잡아먹으려고 했다. 그걸 차마 못 보았던 누군가 대전의 사설 유기견 보호소 '시온쉼터'에 제보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했다.
오은숙 소장(56)은 사실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쉼터엔 이미 개 250마리가 지내고 있었다. 보호자에게 버려지거나 학대당하고, 개농장에서 잡아 먹힐 뻔한 개들을 살린 거였다. 더는 구할 형편이 아니란 걸 알았다.
그러나 임신한 어미에 작은 새끼들까지 잡아 먹힌단 말에 오 소장은 차마 모른 척하지 못했다. 곧장 가서 구조해 왔다. 개의 이름을 '사랑이'라 지었다.

3월 마지막 날, 사랑이는 새끼 둘을 무사히 출산했다. 오 소장은 두 아이의 이름을 '믿음이', '소망이'라 지었다. 감정이 있고 사랑을 주는 귀한 존재를 먹으려던 인간의 기억을 잊고, 잘 자라서 행복하게 살길 기도하고 바랐다.
그리고 하루 뒤인 4월의 첫째 날, 시온쉼터에 불이 났다.

화재는 오 소장이 잠시 자릴 비운 사이에 났다. 개들을 먹일 사료를 사러 갔을 때였다. 사료를 충분히 사놓고 먹이면 좋으련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10~20포씩 자주 사러 다녀오곤 했다.
그 사이 오 소장의 작은 숙소에 불이 났다. 누전 추정 화재라고 했다. 자욱한 연기를 본 인근 주민이 다행히 119 신고를 빨리했다. 오 소장이 부리나케 달려와 개와 고양이들이 다칠까 봐 펄펄 뛰어다녔다. 진화된 뒤 보니 숙소는 전부 불탔고, 견사는 세 칸이 불타서 없어졌다.

다행히 죽은 녀석은 없었다. 대신 강아지 7마리, 고양이 1마리가 화상 등으로 다쳤다. 병원비만 2000만 원이 나왔는데, 마음 약한 동물병원 원장이 절반은 깎아줘서 1000만 원을 냈다. 오 소장은 "병원비를 갚느라 죽을뻔했다"고 했다.
그러니 본인 숙소 따윈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뼈를 갈아서라도 개들은 치료한다"던 그에게, 본인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건 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럼 어디서 자냐고 물었더니 오 소장이 답했다. "화장실 앞에서 텐트를 치고 자지요." 그런데 그 장소 역시 화재 피해로, 지붕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위태롭다고 했다.

굳이 불까지 나지 않았어도 늘 하루하루가 위태로웠다. 그래서 시온쉼터의 화재 소식을 듣고 마음이 돌덩이처럼 묵직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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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쉼터는 '안락사' 없는 사설 유기견 보호소다. 그걸 해낸다는 건 이런 거다. 예컨대, 잘 운영되려면 1. 후원이 사룟값과 인건비, 치료비를 감당할 만큼 충분해야 하고 2. 입양을 잘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구조와 입양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한 달 정기후원은 약 400만 원인데, 지출은 최소 1300만 원 이상이 든다고 했다. 223마리가 먹는 사룟값만 월 800만 원(하루 200kg 소비)이 들고, 인건비와 배변 치우는 비용 등을 합치면 고정적으로 그렇게 나간단 설명이었다. 빚이 계속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보호소 땅이 개발제한구역(아버지 땅)이라 대전 유성구청에서 '이행강제금'을 5년째 부과하고 있다. 그동안 쌓인 이행강제금이 총 5300만 원이다. 그나마도 유성구청이 지난해 말 이행강제금 4200만 원을 부과하겠다 한 것을, 견사 300평을 겨우 철거해 매년 1000만 원을 내는 것으로 줄였다. 이행강제금과 철거하느라 든 인건비, 밀린 병원비까지 합치면 약 1억 원이 빚이다.

입양도 힘들다. 시온쉼터엔 국내 입양은 거의 힘든 대형견만 250마리가 있다. 사룟값도, 치료비도 더 많이 든다. 게다가 해외입양이라도 보내려면, 1마리당 300만 원은 든다고 했다. 해외 이동봉사자가 있으면 그나마 100만 원 정도는 적게 든단다.

지난해 11월 13일, 시온쉼터의 힘듦을 기사로 썼었다. 그때 독자의 감사한 마음이 모여 후원금 7000만 원이 모였다. 오 소장은 "그 돈으로 빚진 이행강제금 일부인 2000만 원을 냈고, 견사 철거 비용 1000만 원을 썼고, 사료 10톤(약 1700만 원)을 샀다. 덕분에 겨울에 사료를 잘 먹였다"고 했다. 평소엔 여의치 않아 조금씩 사 오는데, 모처럼 그런 걱정 없이 먹였다는 거였다.
기사는 마감했으나 그걸로 '해피 엔딩'은 아녔다. 개 250마리는 계속 살아가고 있으니까. 오 소장의 속도 모르고 보기만 해도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고 좋아하니까. 그러나 자립이 힘든 사설 유기견 보호소는, 여전히 그리 위태로운 거였다.
생명을 살리는 그의 삶은 죽을 만큼 더 힘겹다. 새벽 4시 30분까지 사료와 물을 준다. 새벽 6시까진 후원 요청과 후원금 정산 등 SNS 글을 올린다. 오전 10시에 일어나 하루의 유일한 한 끼를 사 먹고 잠깐 쉰다. 견사마다 다니며 그릇을 빼고, 설거지를 하고, 사료를 붓는다.

체력이 부친다. 일하고 쉬고, 또 일하고 쉰다. 저녁은 안 먹는다. 오 소장은 "밥 한 끼 먹는 걸 알게 된 이들이 빵을 보내준다"며 "이젠 밥을 한 끼 먹는 게 익숙해져서, 그 이상 먹으면 배가 아프다"고 멋쩍게 웃었다.
화재 이후 오 소장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신경과 약을 먹는다고 했다.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눈에는 뭔가 막이 씐 듯 잘 보이지 않고, 오른쪽 세 번째 손가락은 일을 많이 해 구부러졌다. 매일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내게 전한 마지막 말이 묵직했다.
"유기견 보호소 소장이 끝이 안 좋다고 합니다. 암으로 죽던지,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요. 맨날 병원비 때문에 속 끓이고, 누군가에게 도와달라 하면서 속 끓이고요. 이미 병이 든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망가진다고 할까요. 홀로 이 아이들을 지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기자님, 제가 무얼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 말에, 난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1. 정기후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후원회 조직이나, 개들과의 일대일 결연이면 더 좋겠지요.
2. 시온쉼터에 있는 개들은 거의 대형견들이라 국내 입양이 어렵고, 해외 입양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해외 이동봉사자가 늘 필요합니다.

3. 중성화가 다 안 돼 있어 새끼강아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성화를 도와주실 분이 필요합니다.
4. 돌봐줄 인력이 항시 부족하니 봉사해줄 분도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