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집회 장소 없어…용산역, 전쟁기념관 앞 광장은 '사유지'

"이런 데서 집회하면 우리 택시기사들은 난리 나죠"
9일 오전 11시쯤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사거리. 20여년 택시기사를 했다는 김모씨(71)는 국방부 방면으로 늘어선 차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출근 시간이 지났지만 사거리 모든 방향이 '병목'처럼 막혔다. '여기서 집회가 열리면 어떨 것 같나'란 질문에 그는 "여기는 서울 중심부와 주요 한강 다리를 잇는 길목"이라며 "서울 교통 전체가 마비될 것"이라 말했다.
오는 10일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상당수의 집회와 시위가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용산 일대 교통체증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가는 용산 국방부 주변에서 넓은 광장을 보유한 곳은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과 용산역 광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과 용산역 광장은 집회·시위를 열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집시법)에 따르면 사유지에서 집회·시위는 개인의 소유권과 충돌하기 때문에 제한될 수 있다. 평화의광장은 전쟁기념사업회의 사유지다. 하루 임대료는 990만원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용산역 광장도 아이파크몰이 국가철도공단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사유지다. 집회·시위 장소로 승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용산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지나는 장소이기 때문에 특정 단체의 집회 장소로 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국방부 주변에서 집회 예상지는 삼각지역·녹사평역 사거리로 좁혀진다. 하지만 광장이 조성돼 있지는 않아서 일정 규모 이상의 집회가 열릴 경우 도로 점유가 불가피하다.
이 곳은 지금도 상시 '교통체증' 구간인데 도로 점유가 이뤄질 경우 교통체증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사거리들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서울 중심부를 잇는 '길목' 역할을 한다. 삼각지역 사거리는 한강대교, 녹사평역 사거리는 반포대교와 이어진다.
서울 중심부에서 해당 사거리로 통하는 삼각지고가차도가 왕복 2차선이라 항상 '병목현상'이 벌어진다. 통행량이 제한적이다보니 꼬리물기 등으로 출퇴근길이 아니어도 교통체증이 심하다.

용산구 시민들은 두 사거리에서 집회가 벌어진다면 교통체증이 극대화될 것이라 우려한다. 용산구 일대에서 20여년 개인택시를 운전한 유모씨(68)는 "두 사거리에서 집회가 열리면 강남과 서울을 오가는 차는 '올 스톱'"이라며 "보나마나 교통 지옥일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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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모씨(26)도 "안 그래도 교통체증이 심한데 집회라도 열리면 통행이 아예 불가능하지 않겠나"라며 "직장 내에서도 '용산 대통령 시대'가 오면 차 끌고 출퇴근은 불가능하겠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종합청사, 세종문화회관, 평화의소녀상 등 주요 시설이 여전히 광화문에 있는데다 넓은 광장을 보유하고 있어 상당수 집회가 그대로 광화문에서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보다는 줄어들겠지만 광화문광장이 가진 지리적 이점과 상징성을 생각하면 광화문 집회의 빈도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