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한테 집에 올 때 고무장갑이랑 빗자루를 좀 더 사오라고 해야겠어요. 혹시라도 물길이 막힐까봐 좀 더 치우고."
장맛비가 내린 26일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 사는 박모씨(60대)의 마음이 급해졌다. 박씨는 빗줄기가 굵어진 오후 2시쯤 집앞에 고무장갑을 끼고 나와 물길을 막고 있는 쓰레기들을 치워냈다. 박씨의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는 2가구가 살고 있다. 지난해 폭우 때 큰 침수피해는 없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근한 딸에게 전화해 고무장갑과 빗자루를 더 사오라고 말했다. 박씨는 밤중에라도 급하게 비가 쏟아지면 반지하 가구 주민과 힘을 합쳐 배수로를 청소할 생각이다.
26일 전국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기자가 찾은 성동구 용답동·송정동 일대 주민들은 피해를 대비에 바빴다. 이곳은 과거 서울의 상습침수지역으로 분류됐다. 2015년 불량·노후 하수관을 교체하고 빗물펌프장을 설치한 후 큰 피해는 없었지만 지난해 일부 반지하 가구가 침수를 겪은 곳이기도 하다.
이 동네 반지하 가구 창문에는 침수를 막기 위해 반투명한 아크릴이나 철판으로 만든 물막이판이 설치된 게 눈에 띄었다. 지난해와 같은 물난리를 겪지 않기 위해 구청에서 신청을 받아 무상으로 설치해준 침수대비 장치들이다.
송모씨의 다세대 주택은 지면에서 7~8cm까지 물이 차야 물막이판의 밑부분에 닿을 수 있어 보였다. 이날은 서울과 수도권 강수량은 30~100㎜에 불과해 빗물이 지면에 고이지 않았다.

용답동에서 한 부동산을 운영하는 서모씨는 "지난해 비가 많이 올 때 이 주변에는 집안에 옷가지가 젖는 정도 침수가 있었다"며 "올해도 혹시 몰라 집주인들이 물막이판을 설치하고 양수펌프도 사놓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막이판을 설치하지 않아 큰 비가 오면 위험할 것 같은 반지하 가구도 적지 않았다. 용답동 ㄷ부동산 인근 골목으로 들어서자 지면에서 계단 4~5칸을 내려간 높이에 출입문이 있는 반지하주택들이 몰려 있었다. 창틀이 지면에 거의 맞닿아 있지만 물막이판은 없었다. 인근 빌라 주민 김모씨는 "지난해 큰 피해가 없었어서 그런지 반지하층에서 물막이판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ㄷ부동산을 운영하는 정모씨도 "시에서 물막이판 설치를 지원을 해주는지 잘 몰라 못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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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성동구청은 지난 9월부터 3개월간 관내 반지하주택 5279호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를 벌여 지원이 필요한 1453호를 선정했다. 이후 더 많은 대상자 지원을 위해 전체 반지하 주택을 대상으로 접수를 받아 침수피해방지시설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집주인들이 침수 주택으로 낙인찍힐까봐 물막이판 설치를 거부한 곳도 적지 않아 작업은 더딘 편이다. 지난 24일 기준으로 서울시 전체 물막이판 설치 대상 1만 5291가구 중 실제로 설치한 가구는 5358가구(약35%)에 불과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침수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물막이판, 역류방지기 등을 신청한 주민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후 순차적으로 설치하고 있다"며 "매일같이 담당자가 현장에서 침수 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달 말까지 100%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