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30만원 아끼려다'...철거하던 건물 무너져 예비신부 참변[뉴스속오늘]

'고작 30만원 아끼려다'...철거하던 건물 무너져 예비신부 참변[뉴스속오늘]

전형주 기자
2023.07.04 05:3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 현장.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 현장.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2019년 7월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철거하던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이 붕괴되면서 주변을 지나던 승용차 3대를 덮쳐, 4명이 사상했다. 이 가운데, 한 승용차에 타고 있던 여성 이모(29)씨가 숨지고, 남성 황모(31)씨는 중상을 입었다.

둘은 결혼을 앞둔 연인이었고, 함께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낙원동에서 철거 건축물이 붕괴돼 인부 2명이 숨졌지만 2년 만에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철거업체의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철거 공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30만원 아끼려다 낸 사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 현장에서 경찰·소방·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합동 현장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 현장에서 경찰·소방·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합동 현장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그해 9월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 사고는 인재(人災)였다. 합동감식팀은 두 차례 현장 감식 결과 철거 업체에서 사고 전 건물의 붕괴 조짐을 알았지만, 공사 기간을 줄이려고 철거를 강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철거 계획서대로라면 건물의 하중을 지지하는 잭서포츠(지지대)는 층마다 10개씩 60개가 설치돼 있어야 했다. 작업은 상층부부터 시작하고, 폐기물은 당일 반출해야 했지만,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잭서포트(지지대)는 충분히 설치되지 않았고, 건물도 상층부인 4, 5층을 남겨둔 채 3층 이하 저층 구조물부터 철거했다. 폐기물도 즉시 반출하지 않고 쌓아뒀다.

경찰은 "잭서포트 60개 가운데 40개만 설치했다가 철거 이후 붕괴 조짐이 보이자 47개를 다시 설치했다"며 "붕괴 전날 철거 폐기물이 쌓여 3층 슬래브가 무너졌음에도 안전조치 없이 철거작업을 계속 진행됐고 폐기물이 2층 바닥슬래브에 집중돼 건물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당시 철거업체 측은 하루 30만원이면 크레인을 대여해 폐기물을 철거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기에 저층 구조물부터 먼저 철거하면서 건물이 하중을 못 견디고 사고가 났다.

피해보상은 '뒷전'…사고는 '되풀이'
김계조 당시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중인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정부세종2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관계기관 긴급 영상회의를 갖고 인명구조ㆍ인명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2019.7.4/뉴스1
김계조 당시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중인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정부세종2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관계기관 긴급 영상회의를 갖고 인명구조ㆍ인명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2019.7.4/뉴스1

경찰은 건축주와 감리자, 철거업체 관계자 등 7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도주 우려가 있는 철거업체 현장소장과 감리보조자 2명을 구속 기소했다.

현장소장은 2020년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며, 감리 보조사 2명은 각각 금고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건축주는 검찰에서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유족에 대한 피해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철거업체는 해당 건물에 대해 2억원의 보험을 들어놨다. 다만 보험사인 전문건설공제조합 측은 "알아서 2억원을 나눠 가져라"라고 일관할 뿐, 피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배상금을 산정하는 등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유족은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황씨 역시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했다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 사고를 계기로 안전점검 기관의 지정 권한을 건축주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도록 건축물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아울러 철거 공사 현장에도 감리자를 의무적으로 두게 하는 등 철거 요건을 강화했다.

다만 사고 2년 만인 2021년 6월 광주 학동에서 또 한 번 철거 건축물이 무너져 17명이 사상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감리 업무'에 대한 감독 여부는 여전히 '깜깜이'로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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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주 기자

안녕하세요. 스토리팀 전형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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