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줌 쭉쭉 당기니 "마약용 맞네"…서울 한복판 양귀비 딱 걸렸다

휴대폰 줌 쭉쭉 당기니 "마약용 맞네"…서울 한복판 양귀비 딱 걸렸다

최지은 기자
2023.08.06 06:18

[베테랑]서울 강북경찰서 삼양파출소 김수환 경위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서울 강북경찰서 삼양파출소 소속 김수환 경위(51)와 동료들이 증거물로 압수한 마약용 양귀비./사진제공=김수환 경위
서울 강북경찰서 삼양파출소 소속 김수환 경위(51)와 동료들이 증거물로 압수한 마약용 양귀비./사진제공=김수환 경위

"건물 옥상 화단에 마약용 양귀비가 심겨 있는 것 같아요."

지난 6월21일 오후 3시22분쯤 서울 강북경찰서에 이 같은 신고가 접수됐다. 4층 건물 옥상에 마약용 양귀비가 재배되고 있다는 제보였다. 서울 삼양파출소 소속 김수환 경위(51)와 동료들은 제보자가 알려준 주소로 즉시 출동했다.

해당 건물에 도착했지만 옥상으로 가는 길은 철문으로 굳게 막혀있었다. 제보자에게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마약용 양귀비가 실제로 재배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건물에 있던 사람들에게 옥상에 올라가는 방법을 물었더니 옥상은 4층에서 거주하고 있는 건물 주인만 출입할 수 있다고 했다. 옥상을 드나들 수 있는 건물주나 건물주 주변인이 용의자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건물주는 당시 집에 없는 상태였다. 건물주가 집에 온다 한들 명확한 물증 없이 건물주가 옥상 출입에 동의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건물 밖에서 살펴봤지만 옥상 담이 높아 화단이 잘 보이지 않았다. 김 경위는 건물에서 나와 망원경을 들고 인근 건물의 옥상으로 향했다.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가 신고가 들어온 건물의 옥상을 바라보니 창틀에 있던 화단에서 양귀비로 추정되는 식물이 자라고 있는 게 보였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확대해 촬영해보니 솜털없이 매끈한 줄기에 알밤 크기의 열매가 맺힌 마약용 양귀비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양귀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단 재배와 사용, 종자 소유 등이 금지돼 있다. 마약류 취급 자격이나 허가 없이 재배·매매·사용으로 적발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물증을 확보했으니 용의자를 잡아야 했다. 김 경위와 동료들은 건물 앞에서 교대로 잠복하며 용의자를 기다렸다. 3시간여가 지난 뒤 집주인으로 추정되는 60대 여성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집주인과 동행해 올라간 옥상에는 커다란 텃밭이 있었다. 상추 등 채소류가 심어진 텃밭 한 편으로 화분 11개에 마약용 양귀비가 심겨 있었다. 451주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파출소에 와 화분 속 양귀비를 꺼냈더니 7평(23.14㎡) 남짓한 회의실 바닥이 가득 찰 정도였다.

집주인은 검거 당시 "꽃이 예뻐서 심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고의성이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보고 경찰서로 인계됐다.

김 경위와 동료들은 올해 들어 4차례 마약용 양귀비 불법 재배 현장을 검거했다. 주택가 건물 옥상의 화단에서 재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민들의 신고를 통해 현장을 확인하고 적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순찰시 망원경을 사용해 둘러보다 적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4주, 13주, 25주 등 적발한 마약용 양귀비의 양도 적지 않았다.

김 경위는 "주로 어르신들이 마약용 양귀비를 재배하다 적발되는데 마약류로 악용할 수 있으니 재배하지 말아야 한다"며 "특히 마약용 양귀비는 씨앗이 700~1000개까지 나오는데 이 씨앗을 주위에 나누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약용 양귀비를 적발한 서울 강북경찰서 삼양파출소 김수환 경위(오른쪽·52)와 이병관 경장(왼쪽)./사진제공=김수환 경위
마약용 양귀비를 적발한 서울 강북경찰서 삼양파출소 김수환 경위(오른쪽·52)와 이병관 경장(왼쪽)./사진제공=김수환 경위

김 경위는 1999년에 입직한 24년 차 경찰이다. 2005년부터 경제팀, 지능팀, 여성청소년과 수사팀 등에서 수사 업무를 이어왔다. 수사 업무를 시작한 직후 한 식당 주인이 내부공사 작업자에게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사건을 해결하며 수사 업무에 매료됐다고 한다.

파출소 업무 특성상 4일마다 야간 근무가 돌아온다. 지칠 법도 하지만 요즘 대학에서 법학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16년가량 수사 업무를 해오며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펜을 잡도록 이끌었다.

김 경위는 3년 전부터 지구대·파출소에서 지역 경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거나 시민들의 민원을 해결해 준 뒤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공부를 끝낸 뒤에는 수사 부서에 다시 돌아가 배운 지식을 현장에서 활용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김 경위는 "전문 지식을 잘 쌓아 나중에 수사 부서에 돌아가게 된다면 이를 실전에 활용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지은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지은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