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구세군 자선냄비입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십시오."
"우리들의 작은 나눔의 실천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손길과 관심으로 어려운 이웃을 크게 도울 수 있습니다. 작은 나눔을 실천합시다."
체감온도 영하 21℃(도)를 기록한 지난 22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는 구세군이라 적힌 모자를 쓰고 검은 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빨간자선냄비 옆에서 연신 종을 치며 모금을 독려했다. 자선냄비는 1928년 명동에서 시작해 올해로 95년째를 맞이한 구세군의 거리모금 캠페인이다.
구세군은 이날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명동성당 앞 등 명동에서만 5곳에서 모금을 진행했다. 경기 과천의 구세군대학원대학교에서 오전 8시30분에 출발한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9시까지 거리에 서서 모금을 독려했다. 자선냄비는 12월 한달간 매일 진행한다.
기독교 교파인 구세군은 신학교인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에서 2년간 교육을 받고 성직자인 '사관'이 된다. 성도를 병사 또는 군우라고 부르는데 사관과 사관학생, 성도와 일반인의 봉사로 모금활동을 진행한다.
이날 봉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가던 길을 되돌아와 모금을 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부터 어른, 외국인까지 모금에 동참했다.
아내와 함께 성당 가던 길을 멈추고 구세군 냄비에 꼬깃꼬깃한 현금을 넣은 김태희씨(71)는 "연말이지 않냐"며 "춥고 힘든만큼 어려운 사람들이 따뜻한 연말을 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시내에 놀러 나왔다는 신씨(67)도 "올해 내가 잘 지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누고 싶었다"며 "내가 잘 되고 또 그걸 나누면 그 복이 나한테 돌아온다고 생각한다"고 기부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연말마다 모금에 참여하지만 소액밖에 기부하지 못해 오히려 미안하다는 시민도 있었다. 오숙자씨(74)는 "매번 1000~2000원 정도밖에 모금을 못한다"며 "방금도 1000원밖에 못해서 할 말이 없다. 액수는 적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형편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 기부를 한다"고 했다.


한파가 찾아온 이날 사관학생과 봉사자들은 평소보다 방한용품을 더 챙겼다. 봉사자들은 아무리 핫팩을 넣어도 추위가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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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군 사관과 봉사자들이 한파에도 거리로 나서는 이유는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모금액이 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기준 구세군 모음액은 전년보다 11% 감소한 수준이었다. 다음날인 13일에는 전년 대비 8% 감소했고 6일 후인 19일에는 5% 감소한 수준으로 격차를 좁혔다. 하루가 다르게 모금액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모금액은 23억원 수준이었다.


이날 명동성당 앞에서 모금에 참여했던 조동완씨(27)도 "기부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며 "경기도 어렵고 다들 힘들어서 기부를 안 하는 거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기부에 거창한 의미는 없고 여유가 있으면 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민규 사관학생(30)은 "자선냄비 할 수록 사람들의 외면도 많아지고 사람들의 반응이 식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기부가 줄어드는 것은 시민들의 삶의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선냄비 대부분이 현금을 기부하는 거라 기부가 줄어드는 영향도 있다"며 "QR코드나 다른 모금 방안을 홍보하고 있기도 하고 브랜딩 캠페인으로 구세군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기부 문화로 이어지게끔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세군 관계자는 "올해 자선냄비 거리모금은 작년 대비 감소세로 시작하였으나 지난해 모금과 격차를 줄여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년에는 결제가능한 페이가 한정적이였다. 단말기 오류가 많아 QR코드, 신용카드, 각종 페이 등 디지털 모금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올해는 지난 20일 기준 디지털 모금이 전체의 1% 수준으로 점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은 23.7%로 2013년 34.6%보다 10.9%p(포인트) 감소했다. 향후 기부 의사가 있는 사람도 2013년 48.4%에서 올해 38.8%로 줄었다. 기부를 하지 않았다는 응답자 중 46.5%가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세군은 오는 31일까지 거리 모금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