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 빨라 1분 1초가 급한데"…'소아 백혈병' 환자 엄마 발 동동

"전이 빨라 1분 1초가 급한데"…'소아 백혈병' 환자 엄마 발 동동

최지은, 김지성, 김미루, 오석진 기자
2024.02.19 17:06

[르포]빅5 병원 르포…암 환자 가족들 "환자에 어려움 전가", 상경한 환자 "의료진 없다"며 전원 조치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종양내과 접수 창구 앞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종양내과 접수 창구 앞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전이가 빠른 소아 환자는 1분 1초가 급한데…환자들에게까지 어려움을 떠넘겨야 하나 싶네요."

19일 낮 11시30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소아암 병동에서 만난 박모씨(43)는 수액걸이가 부착된 유모차 속 아이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의 아이는 백혈병으로 소아암 병동에 입원 중이다.

그는 "오늘 소아암 병동 전공의 선생님들이 모두 나오지 않았다"며 "진료는 교수님들이 하지만 척수에 항암제를 투여하는 시술 같은 것은 전공의 선생님들이 담당하는데 혹여나 아이가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할까 불안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 세브란스 병원 내 전공의 전용공간으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과목 전공의들은 이날 사직서 제출과 함께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024.2.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 세브란스 병원 내 전공의 전용공간으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과목 전공의들은 이날 사직서 제출과 함께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024.2.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빅5병원 '전공의 탈주' 시작됐다…세브란스 병원부터

정부의 의대생 증원에 반대하는 이른바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 전공의들이 오는 20일부터 진료를 보지 않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은 하루 앞선 19일 근무를 중단했다.

세브란스병원 소속 전공의는 600여명으로 병원 전체 의사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환자들이 진료 차질을 걱정하는 건 자연스럽다.

자녀가 소아암 병동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김모씨(34)는 "지인의 아이가 입원한 병원에 마취과 전공의들이 나오지 않아 오늘 예정이었던 수술이 4월로 밀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는 5월에 예약이 잡혀 있는데 이 일정도 밀리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6일부터 일부 수술을 연기한 데 이어 이날부터 전체 수술 건수를 평시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세브란스병원의 하루 평균 수술 건수는 220여건이다. 암 수술과 중환자 수술 등 생명과 직결된 수술이 아니면 일정이 연기됐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1층 의무기록복사 창구 앞 환자와 보호자가 대기하고 있다./사진=김미루 기자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1층 의무기록복사 창구 앞 환자와 보호자가 대기하고 있다./사진=김미루 기자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의료진 없다"며 전원 조치…어수선한 병원에 환자 불안↑

일부 환자들은 전원 조치됐다. 이날 오전 11시40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무기록복사 창구 앞에서 만난 한 보호자는 "광주에서 왔는데 의료진이 다시 광주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하더라"며 "의료진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촌각을 다투는 문제를 이렇게 처리해선 안 되지 않냐"고 밝혔다.

파업을 앞둔 병원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입원 환자는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14일 입원해 이날 뇌전증 진단을 확정받은 50대 전모씨는 "오늘 오전 회진 때 레지던트에게서 '우리도 혼란스럽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까지도 진단이 안 나온 환자들은 더 불안할 것"이라며 "나도 5일 주사 치료 받고 난 이후는 어찌 될지 모른다"고 했다.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1층 수납 창구 앞이 환자와 보호자로 붐비고 있다./사진=김지성 기자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1층 수납 창구 앞이 환자와 보호자로 붐비고 있다./사진=김지성 기자

외래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전공의들이 진료를 직접 보지 않아 외래까지 파업 여파가 미치진 않아서다.

같은 시각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1층 수납 창구 앞은 환자와 보호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수납용 키오스크에는 21명이 대기 중이라는 표시가 떴고 직원은 "여기 대기가 많으니 2층 수납 창구로 가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외래 환자들도 향후 진료가 연기될까 불안함을 호소하긴 마찬가지였다. 소화기내과 외래 진료차 병원을 찾았다는 A씨(76)는 "간단한 진료라 다행히 진료가 밀리거나 하는 파업 영향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만 내가 당사자가 될 수도 있어 걱정이 되긴 한다"며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인력에 의해 이렇게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환자 단체 "의사 단체행동, 난동 부리는 것과 다르지 않아"…정부 강경대응 예고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국 종합병원 수련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19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의료 현장의 대응을 점검하고 있다. 2024.2.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국 종합병원 수련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19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의료 현장의 대응을 점검하고 있다. 2024.2.1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빅5 병원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수련 병원 전공의들이 무더기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충북대병원, 청주성모병원, 대전성모병원, 을지대병원, 강릉아산병원 등에서도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자들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주 한국 암환자권익협회 회장은 머니투데이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형병원은 애초에 경증 환자를 다루는 곳이 아닌데 경증 환자, 중증 환자를 나눠 수술하겠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특히 암환자나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은 몇 달씩 대기를 하다가 수술을 하는데 이걸 연기하고 그 기간까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은 난동을 부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남일 혈우병환우회 한국코헴회 간사도 통화에서 "혈우병 환자들은 피가 잘 멎지 않아 위급 상황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 한 분은 파업으로 아예 퇴원 조치됐고 인공관절 수술을 미룬 분도 있다. 의사라는 직종이 생명을 구하는 게 일인데 환자를 볼모로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정부는 19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의료 현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중증응급환자들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빚어지지 않도록 전국 409개 응급 의료기관의 응급실 24시간 운영 △비대면 진료 전면 확대 △국군병원 응급실 민간 개방 등이 주된 내용이다. 이와 함께 필요할 경우 공보의와 군의관을 투입하고 공공의료 기관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해 평일과 주말, 공휴일 진료 시간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에 담당자를 파견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몇 명인지, 이 중에서 현장을 이탈한 인원은 몇 명인지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무를 그만 둔 것이 확인된 전공의에게는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의료인은 1년 이하의 자격정지,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에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열린 중수본 브리핑에서 "진료유지명령은 집단행동을 하기 직전이나 하려고 예고됐을 때 '나가지 말라'는 명령으로 의료법 제59조 1항에 따라 복지부 장관이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발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나간 것"이라며 "말 그대로 현재 하고 있는 진료를 유지해 달라는 명령이고 위반하게 되면 상응하는 처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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