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 산업은 피로 만들어졌다'는 말이 있다. 항공기가 현재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기까지 숱한 항공사고와 많은 이들의 희생이 뒤따랐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1985년 8월2일에도 137명의 희생이 있었다. 미국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델타항공의 191편 추락 사고다.
이 사고를 계기로 항공업계는 그동안 간과했던 난기류의 위험성을 깨닫고 대비하게 됐다. 난기류 감지장치는 물론, 관제탑에도 저층 난기류 경보 시스템이 설치됐다.
39년전 이날인 1985년 8월2일, 델타항공 191편(이하 DL 191편)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모른채 순조로운 비행을 준비 중이었다.
비행기는 승무원 11명과 승객 152명 등 총 163명을 태우고 오후 3시10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 할리우드 국제공항에서 이륙할 예정이었다. 조종실에 탑승했던 이들은 모두 베테랑이었고, 특히 기장 에드워드 마이클(당시 57세)는 한국 전쟁에도 참전했던 베테랑이었다.
탑승할 비행기는 록히드 마틴에서 생산한 비행기(록히드 L-1011)로, 비행한 지 6년밖에 안 된 새내기 항공기에 속했다.

DL 191편의 최종 목적지는 LA 국제공항이었고 중간 기착지인 댈러스-포트워스 국제공항에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도착할 예정이었다.
당시 댈러스 공항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주변에 폭풍이 불어오고 있었지만, 착륙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소나기와 뇌우가 몰아쳤지만, 베테랑이었던 이들은 악천후를 피해 안전히 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DL 191편의 조종사들은 댈러스 공항의 기상이 악화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원래 항로보다 약간 북쪽으로 틀어 접근했다. 예상 도착시간보다 15~20분 늦어지더라도 안전하게 착륙하려던 선택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행은 순조로웠다. 조종사들은 매뉴얼대로 서서히 하강을 시작했고 비행기는 2만4000피트 고도에서 7000피트, 5000피트까지 서서히 내려갔다. 조종사들은 곧 있을 최종 착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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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4분께 관제탑은 델타항공 191편에 활주로 착륙을 허가했다. 이에 DL 191편도 속도를 160노트까지 줄였고, 고도는 2300피트까지 낮아져 있었다. 폭풍 속 번개가 쳤지만, 착륙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다. 돌아설 기회가 있었지만 놓친 셈이다. 어느덧 항공기는 1000피트 높이까지 내려온 상황이었다.

6시5분께, 비행기는 결국 윈드시어의 영향권에 접어들었다. 윈드시어는 지상에서 가까운 위치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난기류다. 항공기가 이에 휘말리면 급격하게 고도나 속도를 제어하기 어려워지고 동체가 크게 흔들린다.
조종사들은 난기류로 속도가 빨라지자 속도를 낮췄지만, 기체는 초당 50피트씩 급강하를 시작했다. 이상적인 속도가 초당 10피트인 점을 고려할 때 5배 빠른 속도다. 지상까지 불과 500피트(152미터)를 앞둔 상황이었지만, 기체는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착륙 고도를 벗어난 것이다.
기장은 고어라운드(착륙복행, 다시 상승해 비행하다 착륙을 시도하는 것)를 선언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난기류에 휘말린 항공기는 상승하지 않았고 빠른 속도로 하락하기 시작, 고속도로에 경착륙했다.
비행기가 지상에 경착륙하면서 고속도로를 지나던 도요타 차량이 비행기 엔진에 부딪혀 박살나고 말았다. 이 차량에 탑승했던 28세의 델타 항공 정비사는 즉사했다.
조종사들은 차량과 부딪힌 후에도 다시 기체를 띄우려 노력했고, 이들의 노력은 잠시 성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뜨기 시작한 비행기 바로 앞에는 커다란 물탱크가 있었다. 이를 피하지 못한 DL 191편은 결국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36명이 사망했고, 지상에서 비행기와 부딪힌 운전자 1명이 즉사했다. 27명만이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당시 사고 5분 만에 소방대가 사고 현장으로 도착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고 수사를 맡았던 미국 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에는 비행기 블랙박스를 열어봤다. 그리고 당초 기체 결함인 줄 알았던 사고 원인이 윈드시어, 난기류에 있다고 지목했다.
그러나 그 외에 다른 문제도 복합적으로 겹쳤다고 판단했다. 난기류가 심하다는 것을 알고도 포기하지 않은 조종사들의 책임과, 난기류 대응법이 제대로 조종사들에 교육되지 않았다는 점, 난기류 감지 장치의 부족 등이었다.
델타항공 사고는 난기류의 위험성에 대해 새삼 깨닫게 했다. 앞서 팬 아메리칸 항공에서 비슷한 추락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난기류 위험성은 새삼 사람들의 머릿 속에 각인했다.
이에 NTSB는 항공기에 난기류 감지 장치를 설치를 권고했고,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결정에 따라 항공기들에 난기류 감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됐다.
공항에도 저층 난기류 경보 시스템(LLWAS) 설치를 권고해 지금은 난기류에 원활한 대응을 하고 있다.

델타항공 191편 사고는 난기류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꼬리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남겼다.
당시 살아남은 27명의 사람들이 대부분 꼬리에 있다가 생존했기 때문이다.
비행기 동체가 앞부분보다 꼬리 쪽이 살짝 높게 설계돼 있는 데다, 충돌 시 가장 많은 에너지가 흡수되는 부분이 비행기 앞부분이기 때문에 이는 일정부분 맞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비상구 근처 좌석도 꼬리 못지않게 안전한 곳으로 꼽힌다. 비상 착륙 시 가장 빠르게 대피할 수 있는 위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