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작은 실수로도 자금세탁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을 받고 미국 금융당국에 엄청난 벌금을 내게 될 수 있습니다."
신제윤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삼성전자 사외이사·전 금융위원장)은 최근 서울 공평동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달러를 사용하지 않거나 달러 결제망을 이용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자금세탁 방지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중 갈등과 맞물려 미국의 달러 패권주의에 더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신 고문은 "앞으로 자금세탁방지 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HSBC 등 세계적인 은행이 조 단위 벌금을 냈던 국제 사례를 예로 들었다. HSBC홀딩스와 스탠다드차타드(SC)는 2012년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하고 이란 은행들과 수십억달러를 거래한 혐의로 미국 정부에 총 22억27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조3500억원)의 벌금과 추징금을 냈다.
국내 은행도 지난해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 9월 신한은행 미국법인 '아메리카 신한은행'이 미국 금융당국이 요구한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2500만달러(약 337억원)의 제재금을 냈다. 같은 이유로 기업은행 뉴욕지점(8600만달러·약 1058억원)은 2020년, NH농협은행 뉴욕지점(1100만달러·약 120억원)은 2017년 각각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신 고문은 "농협과 기업은행의 경우 그나마 첫 사례라서 미국이 많이 봐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신 고문은 자금세탁의 범주가 전통적인 범죄에서 현대의 복잡하고 국제적인 문제까지 확대됨에 따라 방지의 중요성도 증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 고문은 "자금세탁의 범위가 과거에는 주로 마약 거래나 인신매매와 같은 전통적인 범죄 활동에 국한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테러 자금 조달, 무기 확산, 그리고 반부패와 같은 더 넓은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따라서 앞으로 자금세탁방지는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신 고문은 처벌이 강화되고 있지만 규정이 모호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신 고문은 "규제가 아직 초기 단계라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이를테면 의심스러운 거래를 발견하면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고 하지만 어떤 거래가 '의심스러운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스스로 위험을 평가하고 적절한 통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국내 기업들과 금융회사가 예기치 않게 미국 당국의 제재 사정권에 들어가게 되는 이유다.

태평양은 자금세탁방지 규제 강화에 대비해 2012년부터 팀을 꾸려 김지이나 변호사(팀장), 윤주호 변호사 등 전문가를 키웠다. 김 팀장은 2006년 35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곧바로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수십 년 차 베테랑이다. 김 팀장은 외교부 통상자문관 출신 수출통제·통상 전문가인 동시에 자금세탁 방지 분야 공인 자격증인 CAMS도 취득한 바 있다. 김 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 변호사도 2009년 태평양에 입사한 후 방송·통신, 개인정보 컴플라이언스, 블록체인, Fintech, AI 등 신기술 산업 분야에서 여러 자문과 송무 업무를 처리한 베테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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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는 자금세탁방지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신 고문을 영입했다. 신 고문은 행정고시(24회) 수석 합격 후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금융위원장을 지내고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 자금세탁 방지기구(FATF) 의장직을 맡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으로 있으면서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성사시켜 외화유동성 위기에서 나라를 지켜냈다.
태평양은 지난 7월에는 증가하는 가상자산 분야 법률 자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출신 김효봉 변호사를 영입했다. 김 변호사는 2009년 제5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13년부터 2024년까지 금감원에서 10여년 동안 근무한 베테랑이다. 금감원에 가상자산 전담팀이 신설된 2022년부터 초기 멤버로 합류하면서 가상자산 관련 실무 전문성을 다지며, 가상자산법 시행령과 감독규정 등 법령과 거래지원(상장) 모범사례 제정을 지원했다.
윤 변호사는 "자금세탁 방지 규정 위반 사건의 경우 과태료가 건당으로 산정되고 상한이 없기 때문에 과태료가 조 단위까지 나올 수 있다"며 "사건이 터지기 전에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가상자산사업자 AML 검사 및 제재심 대응에서 과태료를 상당한 비율로 감경한 경험이 있다. 윤 변호사는 "위반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사실관계와 법률관계를 면밀히 살펴 설득력 있게 방어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업종과 업이 운영되는 방식에 대해 굉장히 잘 이해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 팀장은 "기업이 해외 분쟁, 조사, 검사 등 사건에 연루된 이후라도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전략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태평양은 금융제재와 수출통제 등 경제제재를 비롯해 해외 규제기관의 조사와 검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가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문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이 해외 분쟁, 조사, 검사 등 사건에 연루됐을 때 기업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 전략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자문역이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