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가 재판 시작을 위한 서류가 윤 대통령에게 정상적으로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고 재판 절차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예정대로 오는 27일 첫 변론준비절차를 갖겠다는 방침이다.
천재현 헌재 부공보관은 23일 정기 브리핑에서 "재판관 평의에서 논의한 끝에 대통령에 대한 서류를 '발송송달'로 처리하기로 했다"며 "실제 수령하지 않더라도 서류가 도달했을 때 효력이 발생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지난 20일 기준으로 송달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보충송달‧유치송달 등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등기우편 등으로 발송할 수 있다고 규정한 민사소송법 187조와 △서류를 우체에 부친 경우에는 도달된 때 송달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61조 2항, △폐문부재로 송달을 못 하고 보충송달‧유치송달도 할 수 없으면 공시송달 요건도 되지 않아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경우 소송서류가 송달된 곳에 도달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한 1998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특히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 만큼 1998년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서류가 윤 대통령 관저에 도달한 20일에 송달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지난 16일과 17일 윤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 비서실 등에 인편·우편·전자로 탄핵심판 관련 접수 통지 및 답변 요구서, 준비절차 회부 결정서, 기일 통지서, 준비 명령 등을 전달하려 시도했지만 19일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배송에 실패했다. 지난 19일 모든 서류를 재발송했지만 대통령 경호처가 20일 관저에 도착한 서류도 다시 수취 거절했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수취를 거부하고 있는 서류를 헌재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기로 한 것은 탄핵심판 절차를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 16일에도 윤 대통령 사건을 접수된 탄핵심판 사건(최재해 감사원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최재훈 검사,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중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 한 인사는 "헌재가 지난 20일을 발송송달 시점으로 잡은 것도 절차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와 답변서 제출 시한이 '송달일로부터 7일 이내'이기 때문에 지난 20일 수령된 것으로 간주해야 오는 27일 변론준비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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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준비기일에는 본격적인 탄핵심판에 앞서 양측의 주장과 증거, 쟁점 등을 정리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사건 서류를 직접 수령하지 않으면서 대리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는 등 심판 절차에 임하지 않고 있어 정해진 시한까지 서류를 제출할지는 미지수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오는 27일 변론준비 절차가 자료 제출 미비 등으로 공전할 우려에 대해선 "일단 그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그때까지 준비가 되지 않으면 (재판준비절차를 담당하는) 수명재판관이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재가 지난 17일 준비명령을 통해 요구한 12·3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과 계엄사령관이 선포한 포고령 1호, 입증계획, 증거목록의 제출시한은 오는 24일까지로 변동없이 그대로다.
한편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국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출한다면 대통령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만약에 임명하지 않으면 헌법을 위반하는)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 10월 재판관 3명이 퇴임한 이후 후임을 선출하지 못해 9명 정원 중 3명이 빠진 6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계선(55·사법연수원 27기)·마은혁(61·29기) 후보자를, 국민의힘은 조한창(59·18기) 후보자를 추천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파면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