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담장 점령한 400여개 화환…"둘 수도 폐기할 수도 없고" 골머리

헌재 담장 점령한 400여개 화환…"둘 수도 폐기할 수도 없고" 골머리

오석진 기자
2025.03.06 14:52

자진정비 기한 지났지만 방치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화환들. /사진=오석진 기자.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화환들. /사진=오석진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진영이 보낸 화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진 정비를 권고한 기한이 지났지만 폐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탄핵 심판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방치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6일 헌법재판소 담장에는 400여개의 화환이 놓여 있었다. '대통령 진심 응원합니다' '탄핵 반대' '부정선거 밝혀져야 한다' 등 문구가 담긴 화환들로 탄핵 반대 진영이 보냈다. 화환들은 보행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헌재 담장에 붙여 정리된 상태다.

헌재는 일부 화환에 적치물 정비 예고 통지서를 붙였다. 해당 통지서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자진 정비할 것을 촉구하니 2월26일까지 정비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간 내 정비하지 않을 경우 강제 수거하거나 폐기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고지됐다.

자진 정비 기한이 지났지만 헌재는 화환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탄핵 선고 전 화환을 폐기할 경우 탄핵 반대 진영을 자극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 관계자는 "화환 처리 방법은 대외비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화환들에 붙어있는 '적치물 예고 정비통지서' 에는 지난달 26일까지 자진정비가 되지 않으면 폐기처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오석진 기자.
화환들에 붙어있는 '적치물 예고 정비통지서' 에는 지난달 26일까지 자진정비가 되지 않으면 폐기처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오석진 기자.

종로구청은 헌재 화환 처리는 구청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화환이 놓인 장소가 헌재 땅이기 때문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화환들이 놓이거나 배달된 곳은 기본적으로 헌재의 사유지인 전면 공지"라고 설명했다. 건물을 지을 때 보도 확보를 위해 사유지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땅을 전면 공지라고 한다. 이 관계자는 "현재 사유지에 있는 화환들은 종로구청 가로 정비과에서 적치물로 보고 강제 수거할 수 없다"며 "사유지에서 일부 빠져나온 것들만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로 화환 배달이 쏟아진 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9월 검수완박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불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심판이 있을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응원하는 취지의 화환이 놓였다. 헌재에는 250여개 화환이 놓였고, 화환을 배달한 업체가 다시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가 자체 철거할 경우 400만~500만원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폐기물업체 종사자는 "일반적으로 화환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수거한다"며 "1톤 트럭 기준 30~40개가 들어가고, 한 번에 4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화환 상태가 온전할 경우 재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랜 시간 실외에 있어 훼손 가능성을 고려할 때 재활용할 업체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업체 한 곳이 트럭 한 대로 수거한다면 최소 10일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과 대통령 사저 인근에 놓인 화환 3000여개는 지난달 치워졌다. 용산구는 법률 자문을 거쳐 화환을 '불법 유동 광고물'로 규정했다. 용산구는 폐기물 업체를 통해 일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충돌 우려와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당시 화환을 관리하던 현장 봉사자들이 자진 정비하도록 협의했다.

6일 오전 헌법재판소 담장 인근 한켠에 정리된 화환들. /사진=오석진 기자.
6일 오전 헌법재판소 담장 인근 한켠에 정리된 화환들. /사진=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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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진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오석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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