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쓰러져도 안 알려주는데"…똑똑한 CCTV로 안전 지킨다? '글쎄'

"사람 쓰러져도 안 알려주는데"…똑똑한 CCTV로 안전 지킨다? '글쎄'

박진호 기자, 오석진 기자, 이현수 기자
2025.03.11 09:00

[MT리포트] 있으나마나한 CCTV (下)

[편집자주] 학교 내에도, 길에도 곳곳에 CCTV다. 하지만 정작 사고땐 무용지물이다. CCTV를 보려면 공문부터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CCTV를 늘리는 것보다 지금 있는 CCTV를 제대로 활용해도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곳곳에 CCTV 늘어서 안심? 477대 지켜보는 눈은 단 '한 명'

-관제요원 1인당 CCTV 대수 지속 증가

공공기관 및 지자체 통합관제센터 CCTV 현황. /그래픽=김지영 기자.
공공기관 및 지자체 통합관제센터 CCTV 현황. /그래픽=김지영 기자.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설치하는 CCTV(폐쇄회로 TV) 대수가 매년 10만대 넘게 늘고 있지만 정작 CCTV 통합관제센터 인력은 태부족이다. 인력 부족을 지능형 CCTV 도입으로 메우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설치 및 운영하는 CCTV는 △2021년 145만8465대 △2022년 160만7388대 △2023년 176만7894대 △2024년 190만대(추정)로 나타났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약 9%에 달한다.

광역·기초자치단체 243곳 중 216곳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CCTV 통합관제센터로 연계된 CCTV 대수 역시 증가 추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광역·기초자치단체 216곳의 관제센터 CCTV 대수는 △2021년 47만1866대 △2022년 54만1018대 △2023년 59만9142대 △2024년 65만423대로 나타났다.

반면 CCTV를 눈으로 확인해야 할 인력은 줄고 있다. 관제센터 인력은 2022년 4277명에서 2024년 4093명으로 2년 동안 184명 감소했다. 이에 따라 관제 요원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1인당 CCTV 관제 대수는 2022년 379대에서 2024년 477대로 26% 늘었다. 2013년 행안부가 권고한 1인당 적정 대수인 50대의 10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CCTV통합관제센터 인력 현황/그래픽=김지영 기자.
CCTV통합관제센터 인력 현황/그래픽=김지영 기자.

◆ 인력 부족 대응책, 지능형 CCTV… "사람 쓰러져도 알려주는 경우 드물다"

지자체들은 인력 부족을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CCTV 도입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능형 CCTV는 주취자가 쓰러지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CCTV 화면이 관제 요원에게 크게 표출된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총 20만대의 CCTV 중 33%가 지능형 CCTV로 2026년까지 지능형 CCTV의 비율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관제 요원들은 지능형 CCTV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관제센터에 파견된 경찰관은 "지능형 CCTV가 사람이 쓰러지는 등의 특정 조건에서 이상 상황을 알려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요구조자가 CCTV 기둥에 붙은 비상벨을 누르거나, 경찰 혹은 주민 민원으로 통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배치된 인력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현재 전국 지자체 CCTV통합관제센터에 배치된 경찰관은 300여명이다. 하지만 파견 경찰관이 먼저 CCTV 화면을 조작할 순 없다. 관제센터가 지자체 소속이기 때문에 사전 협조가 필요하다. 한 경찰관은 "현재 원칙상 (관제센터 CCTV를) 파견된 경찰이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경찰 인력을 철수시키기도 했다. 세종시는 관제센터로 배치된 경찰관이 현재 아무도 없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명이 배치됐지만 현재는 아무도 근무하지 않는다.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일선 현장 등에서도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센터에 경찰관이 있으면 업무상 좋은 측면이 있지만, 현재는 관제센터의 주무관들과 업무 협조 중"이라고 말했다.

관제 요원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내에서도 관제센터 파견 경찰관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교육 과정은 전무하다. 한 파견 경찰관은 "관련 교육이 있다면 (범죄 예방 활동 시) 현장 근무자들이 더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CTV 통합관제센터 근거 생기지만…학교 연계 여전히 미비

-관제센터 법적 근거 7월 시행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이틀 앞둔 2024년 4월8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전투표함(관내·우편) 보관장소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중앙선관위 관계자가 화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이틀 앞둔 2024년 4월8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전투표함(관내·우편) 보관장소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중앙선관위 관계자가 화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는 7월 CCTV(폐쇄회로 TV) 통합관제센터 설치와 재난 관리 목적의 영상 정보 공유를 위한 법적 근거가 생긴다. 정부는 통합관제센터와 경찰의 협력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나 학교 CCTV 관련 내용은 빠져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공포된 개정 재난안전법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의 예방·대비·대응을 위 영상정보처리기기 통합관제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은 "통합관제센터는 재난 안전상황실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유지하고, 재난관리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자체장이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연계, 관제시스템의 도입·개선 등에 필요한 재정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자체장은 관할지역 내 공공기관이 개별적으로 설치·운영하고 있는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재난 및 각종 사고의 예방·대비·대응을 위해 연계·통합해 관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핼러윈데이인 2024년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이태원 참사 골목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핼러윈데이인 2024년 10월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이태원 참사 골목에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개정안 후속 조치로 행안부는 경찰과 통합관제센터 협력에 관한 관제 업무 감독체계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할 방침이다. 모든 CCTV는 지자체 통합관제센터에서 운영돼 경찰이 업무 중 CCTV를 확인하려면 통합관제센터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명확한 영상 정보 공유 업무 지침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구청에서는 사고 구역 주변을 살피는 CCTV가 여러대 있었지만, 구청에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 비판받았다. 당시 CCTV를 보고 있던 직원들은 용산구청과 계약한 사설 용역업체 직원들이었다. 지자체 CCTV 관제센터 운영 규정에 따르면 관제요원은 비상 상황이 생기면 경찰서나 행안부 상황실로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 참사 당일 용산구 CCTV 관제센터는 행안부에 상황보고를 한 적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제센터에 파견된 경찰관의 지위도 문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파견 경찰관은 경찰서 범죄예방과 소속으로 관제센터의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닌 '제3자'에 해당한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2019년 'CCTV 통합관제센터와 개인영상정보 관련 제도 개선방안'에서 "현재 CCTV 통합관제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근무 경찰관의 지휘에 따라 운영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근무 경찰관은 제3자에 불과해 CCTV 영상정보의 처리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다. 사실상 제3자인 경찰이, 제3자인 경찰에게 지자체가 처리한 개인 영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일반 경찰관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관이 피의자 차량 위치 추적을 위해 CCTV 통합관제센터를 방문해 개인 휴대전화로 영상을 촬영하고 수집한 행위에 대해 증거 수집에 관한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불법적으로 증거를 수집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관제업무 감독체계 가이드라인을 올해 내 고시하고 제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행안부는 지난해 6~10월 4개월여간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지방자치단체 영상정보처리기기 통합관제센터 운영개선방안 연구'를 주제로 용역을 맡겼다. 해당 연구에는 파견 경찰관의 근무 및 관제센터 요원들에 대한 감독 주체 등 내용도 담겼다.

◆ 학교 CCTV 연계 미미… "법 개정됐지만 학교는 취약"

지난달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A양이 교사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범행이 발생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A양을 추모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달 10일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A양이 교사에 의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일 범행이 발생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A양을 추모하고 있다./사진=뉴스1

법적 근거 등 제도가 마련되고 있지만 학교 CCTV 관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학교폭력이나 범죄는 '재난이나 각종 사고의 예방·대비·대응'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대전에서 발생한 김하늘양(8) 살해 사건으로 교내 CCTV 설치 주장까지 나왔지만, 외부 침입 대응을 위한 교외 CCTV와 관제센터 연계조차 미미한 상황이다.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재난안전법이 개정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교는 취약하다"며 "학교 전체는 아니더라도 울타리나 교내 일부 후미진 장소 등에는 CCTV를 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행안부만의 일이 아니라 교육부가 요청해줘야 한다"며 "실시간 CCTV 연계가 되도록 하고 근처 도보 순찰도 강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 CCTV, 관제센터 외부평가 단 2곳

-영상공유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 법적 공백 상태

 충북 옥천군 CCTV통합관제센터 관제요원들이 지난 5일 폐쇄회로TV 987대를 가동하고 있다. 2024년 한해 센터가 상황을 관제한 건 교통사고 17건, 화재 28건, 긴급신고 50건 등 225건이었다. 관제요원 8명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사진=옥천군 제공.
충북 옥천군 CCTV통합관제센터 관제요원들이 지난 5일 폐쇄회로TV 987대를 가동하고 있다. 2024년 한해 센터가 상황을 관제한 건 교통사고 17건, 화재 28건, 긴급신고 50건 등 225건이었다. 관제요원 8명이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사진=옥천군 제공.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CCTV(폐쇄회로 TV) 통합관제센터의 영상 정보를 경찰 등 외부 기관이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나온다. CCTV 영상 정보 공유에 대한 법적 근거부터 명확히 다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인권위는 2018년 '폐쇄회로 텔레비전 통합관제센터 설치 및 운영에 대한 개선 권고'를 통해 개인영상정보의 제3자 제공이 보다 엄격한 기준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는 범죄 예방 목적을 위한 영상제공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18조에 따라 '명백히 정보 주체 또는 제3자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허용돼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관리감독 하에 관제센터를 운영해 개인정보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중에서도 관제센터에 대한 개인정보 영향평가(이하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 33조는 '개인정보 파일의 운용으로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될 경우 위험요인 분석 등을 위한 영향평가를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진제공=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사진제공=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하지만 현재까지 전국 관제센터 중 안동시, 칠곡군 관제센터 총 2곳에서만 영향평가가 진행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에 따르면 관제센터에 대한 영향평가는 각 지자체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자율적으로 진행된다. 개보위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개인정보 영향평가에 관한 고시 개정안'에 따른 영향 평가 대상은 △5만명 이상의 민감정보 또는 고유식별정보 처리가 수반되는 개인정보 파일 △다른 개인정보파일과 연계해 50만명 이상의 정보주체에 관한 개인정보 파일 △100만명 이상의 정보주체에 관한 개인정보 파일 등을 보유한 경우다.

관제센터는 CCTV에 포착되는 사람 수를 수치화하지 않는 만큼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관제센터는 특정된 몇만명이 아닌 수치화되지 않은 불특정다수를 감시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평가 대상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독일에서는 유럽연합이 제정한 개인정보보호법(GDPR)에 따라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지역을 대규모로 모니터링할 경우' 해당 기관이 사전에 영향평가를 받도록 한다. 또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큰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평가될 경우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감독기구와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관제센터를 감독하는 독립된 기구가 필요하고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보위는 공공·민간의 CCTV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전국에 위치한 관제센터들은 해당 지침을 따라 운영되고 있다. 법상으로 개인정보를 다루는 이들은 1년에 1번 이상 개보위가 제공하는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관제센터만을 위한 별도 지침 필요성이 제기된다. 오 대표는 "개보위는 관제센터의 운영 목적과 영상정보 제3자 제공 기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센터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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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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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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