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 든 남성 지나가자 "안됩니다"…진공화 된 헌재 '폭풍전야'[르포]

성조기 든 남성 지나가자 "안됩니다"…진공화 된 헌재 '폭풍전야'[르포]

김미루, 박상혁 기자
2025.04.03 15:59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인근 일반 시민이나 집회 참가자 통행이 차단되면서 기존에 설치됐던 천막이 철거되고 전날까지 자리를 지키던 농성자들이 모두 자진 철수했다. /사진=박상혁 기자.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인근 일반 시민이나 집회 참가자 통행이 차단되면서 기존에 설치됐던 천막이 철거되고 전날까지 자리를 지키던 농성자들이 모두 자진 철수했다. /사진=박상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헌법재판소 주변 진공화가 완료됐다. 헌재 정문에서 300m 떨어진 안국역 출구 일대는 탄핵 찬반 집회 소음으로 가득했지만 경찰이 진공 상태로 만든 헌재 정문 앞 공간은 적막이 감돌 정도로 촘촘한 경비 태세를 갖췄다.

서울경찰청은 전날 오후 2시 헌재 주변 150m를 진공화하는 차단선 구축을 최종 완료했다고 밝혔다. 앞서 통보한 100m 진공상태보다 차단 구역이 늘어났다. 안국역 일대 통행로는 시민들이 통행할 수 있지만 헌재 바로 앞 인도는 헌재 관계자나 취재진 등 통행만 가능하다.

3일 오후 성조기를 가방에 꽂은 남성이 헌재 앞 인도를 지나가겠다고 했지만 가로막혔다. /사진=김미루 기자.
3일 오후 성조기를 가방에 꽂은 남성이 헌재 앞 인도를 지나가겠다고 했지만 가로막혔다. /사진=김미루 기자.

특히 집회 참가자로 보이는 이들은 일반 시민이 드나들 수 있는 곳도 통행이 차단됐다. 이날 1인 시위자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자기 상체만 한 성조기를 가방에 꽂고 지나가겠다고 하자 현장에 선 경찰에게 가로막혔다.

헌재 관계자 통행만 허용하고 있는 안쪽 공간은 더 철저한 경비가 이뤄졌다. 자유수호국민운동이라고 적힌 빨간 모자를 쓴 남성이 제출할 서류가 있다며 지나가겠다고 했지만 "오늘, 내일은 특수한 상황이라 일반 시민도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경찰의 안내에 따라 발길을 돌렸다.

헌재 정문 앞에서 20여일간 자리를 지키던 농성자들은 전날 오후 모두 철수했다. 전날 오후 2시쯤 농성자 13명 중 10명이 자리를 떠났고 남은 3명은 오후 5시쯤 비가 오자 대형 비닐을 뒤집어쓰고 버티다가 자진 철수했다. 완전한 진공 상태가 된 공간은 차벽과 차단막에 둘러싸여 시동이 켜져 있는 경찰 버스 엔진 소리만 겨우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설치 자체가 불법이었던 천막은 지난 1일 밤까지 모두 자진 철거됐다. 선고기일이 지정된 뒤 경찰이 헌재 인근 100m를 진공 상태로 만들겠다고 통보하자 국민변호인단 등은 단계적으로 천막을 철거했다. 이 공간은 바리케이드가 둘러져 더 이상 진입이 불가능했다.

3일 오후 헌재 정문에서 100m쯤 떨어진 공사장 주변에 철문이 둘러진 모습. /사진=김미루 기자.
3일 오후 헌재 정문에서 100m쯤 떨어진 공사장 주변에 철문이 둘러진 모습. /사진=김미루 기자.

헌재 정문에서 100m쯤 떨어진 공사장은 쉽게 들어갈 수 없도록 철문을 사방으로 둘렀다. 다만 내부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철문 안쪽으로 인부들이 머물렀고 내부에 긴 철근이나 시멘트 등 자재가 놓여 있었다.

진공 구역 내부에서 영업 중인 카페, 한식집 등 업주들은 이날 영업을 마친 뒤 오는 4일 아예 문을 닫겠다고 했다. 한 디저트 카페 사장 A씨는 "4일 하루는 아예 쉴 예정이고 일대 상인들 대부분 휴업하지 않을까"라며 "유리 파손에 대비해서 입간판도 다 가게 내부로 들여놓고 퇴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이날 오전 헌재 주변 경비 상황을 점검했다. 박 직무대리는 "경찰은 폭력·손괴 등 묵과할 수 없는 불법 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현장에서 신속 검거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선고 당일 갑호비상을 발령하고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선고 당일 전국 경찰력을 100% 동원할 수 있는 갑호비상을 발령한다. 종로구 일대는 '특별범죄 예방강화구역'으로 지정하고 총경급 8명이 권역별로 치안을 책임진다. 헌재 주변 불법집회시위 통제를 위해 수사·형사 총 1237명도 동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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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미루 기자입니다.

박상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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