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전한 산불위험, 실행에 집중하자

[기고]여전한 산불위험, 실행에 집중하자

고기연 한국산불학회 회장
2025.05.02 05:29

최근 영남지역 산불 피해 현장을 홀로 둘러봤다. 전쟁터와 다름없던 연기 자욱한 현장 대책본부 방문 경험이 떠올랐다. 이른 아침 청송에서 영덕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수십 ㎞에 걸친 산불 피해를 목도했다. 해안선을 따라 정박했던 어선들이 불에 타는 등 피해가 극심했던 영덕군 노물리를 지나 영덕 대게의 고장 강구항으로 향했다. 강구항은 당시 바람이 북동진하면서 화마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받은 것 같았다. 대형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하늘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번 산불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산불 진화용 헬기와 임도가 되레 산불을 확산시킨다고 주장했다. 역대급 피해를 기록한 산불이었기에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다만 검증되지 않거나 오히려 산불 대응 태세에 혼선을 주는 주장이 나와 우려스럽다.

지금은 논쟁보다는 실행에 집중해야 할 때다. 여전히 봄철 산불 위험 기간이다. 통계적으로 4~5월은 대형산불이 자주 발생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들뜬 마음에 산불 감시가 느슨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산불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산불 대응 태세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산불 대응 정책의 실효성 논의는 장마철 산불 위험이 감소할 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 앞으로 이뤄질 산불 대응 정책 개선 논의와 관련해 두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째, 산림관리와 산불방지 문제는 분리돼선 안 된다. 우리 숲은 치산녹화 후 목자재가 풍족해졌다. 산불 발생 시 이런 목재는 연료가 될 뿐 아니라 피해를 키운다. 우리나라는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목재를 수입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산림면적 비율이 4위인데, 국산 목재를 자원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심어진 지 오래된 나무를 새로운 나무로 바꾸면서 산불 위험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대형산불을 줄이고 목재 산업화를 이룰 수 있는 일거양득의 방안이다. 사람이 손댄 곳을 책임 있게 관리해 산불 위험을 줄이는 과정도 필요하다.

둘째, 현장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책을 철저히 실행해야 한다. 신불 진화용 헬기 수를 늘리는 것보다 물 투하 작업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령 국립공원은 보호를 위해 지정됐지만, 접근성이 부족해 산불 진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재난 상황 발생 시 국립공원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임도가 필요하면 만들고, 없는 곳에는 한국형 기계화 진화 시스템을 활성화해 지상 진화에 활용해야 한다.

얼마 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두 가지를 강조했다. 산불 유발 행위는 삼가고, 피해의 참혹함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영남 산불은 재난 대응에 대한 사고 전환의 필요성을 일깨워준 사건이다. 현장을 바탕으로 실행할 때 재난에 맞서 진정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논쟁보다는 실제 행동을 통해 미래에 닥쳐올 피해를 막아야 한다.

고기연 한국산불학회장. /사진제공=한국산불학회.
고기연 한국산불학회장. /사진제공=한국산불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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