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사본'으로 9000만원 뜯은 보이스피싱범…비대면 대출 유효할까

신분증 '사본'으로 9000만원 뜯은 보이스피싱범…비대면 대출 유효할까

송민경 기자
2025.09.15 12:00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사진=뉴시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사전에 촬영된 신분증 사진으로 비대면 대출 피해를 봤다며 대출이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은 A씨가 명의를 도용 당했다며 B저축은행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A씨에게 패소 판단을 한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7월 딸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상대방의 요청에 운전면허증 사진, 계좌번호 및 비밀번호를 보내줬다. 그가 시키는 대로 A씨는 스마트폰에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비대면 방식으로 B저축은행에서 A씨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다음 9000만원을 대출받았다. 대출 과정에서 본인확인절차로 B저축은행은 △운전면허증이 찍힌 사진을 제출받았고 △다른 금융회사 계좌에 1원을 송금해 인증 번호를 회신받았으며 △원고 명의의 휴대폰으로 본인인증을 했고 △A씨의 신용정보를 조회해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를 확인했다.

A씨는 문제가 된 대출 약정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체결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B저축은행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A씨는 대출 신청 당시 B저축은행에서 운전면허증 원본을 바로 촬영한 사진 파일이 아니라 사전에 촬영된 사진 파일을 전송받아 확인한 것은 적절한 본인확인절차의 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1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B저축은행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면서 대출 계약의 효력이 원고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2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 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역시 2심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비대면 본인확인 절차에서 수신자가 작성자의 의사에 따라 전자문서가 송신됐다고 믿은데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전자문서에 의한 거래에서 작성자의 의해 송신됐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본인확인절차를 수신자가 적절하게 이행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수신자가 시행한 본인확인절차가 당시의 기술적 수준에 부합하는 적정한 것이었는지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방식에 따라 거래의 특성에 맞게 본인확인조치 또는 피해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했는지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가 의도하는 법률행위의 내용과 성격이 어떠한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은 "B저축은행이 취한 본인확인 절차는 당시 기술 수준 및 법령 등에 비춰 적정하다"며 "운전면허증 사진 파일이 '사전에 촬영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적절한 본인확인 절차 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복수의 인증수단을 병행한 점에서 대출신청이 원고의 의사에 기한 것임을 확인하려는 노력을 다했다"면서 "전자문서인 신용대출 신청확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의 법률효과가 그 명의인 원고에게 유효하게 귀속된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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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기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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