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려주세요"
2021년 10월9일 밤 11시30분. 전남 화순군 한 펜션에서 한 여성 비명이 들렸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여성은 근처 수로에 몸을 숨긴 채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괴한에 쫓기고 있던 여성은 다행히 펜션 투숙객에 의해 구조돼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시내에서 30㎞ 거리의 외딴곳에서 벌어진 일이다.
여성 A씨(19)는 이날 동갑인 연인 B씨(19)와 함께 펜션을 찾았다. B씨는 A씨에게 미리 준비해둔 이벤트가 있다며 "펜션에서 1㎞가량 떨어진 야산에 선물을 숨겨뒀으니 혼자 가서 찾아오라"고 했다.
늦은 밤 홀로 펜션을 나선 A씨는 길이 어둡고 무서워 다시 펜션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너를 위한 이벤트라 꼭 혼자 가야 한다"는 B씨의 종용에 어쩔 수 없이 다시 펜션을 나섰다.
A씨는 어둠을 헤쳐 B씨가 가리킨 야산에 도착했다. 하지만 A씨를 기다리고 있던 건 선물이 아닌 괴한이었다. 괴한은 A씨 목을 겨냥해 여러 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당황한 A씨는 흉기에 찔리면서도 격렬하게 저항했고, 가까스로 숲속에서 빠져나와 수로로 몸을 숨겼다.
A씨는 이후 투숙객 도움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런데 그는 병원에서 또 한 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됐다. 자신에게 흉기를 휘두른 괴한이 연인 B씨 고등학교 동창 C씨(19)였던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B씨 등은 사망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B씨 등은 이날 범행을 앞두고 철저히 준비해왔다고 한다. 보험설계사인 B씨가 그해 5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씨한테 접근한 것부터 시작이었다. 이후 B씨는 사망 보험금이 5억원에 이르는 생명보험에 A씨를 가입시켰으며, 수익자를 자신으로 설정해놨다.
화순에서 범행 준비도 치밀하게 이뤄졌다. C씨 등 고교 동창 2명과 공모해 1일부터 범행 하루 전인 8일까지 세 차례나 화순을 찾았다. 사전답사를 통해 폐쇄회로(CC)TV가 없는 숲길에서 범행을 저지르기로 했고 범행 전엔 진정제까지 복용했다.
이들은 동선과 역할까지 나눴다. B씨는 "숲에 선물을 숨겨 놓았다"며 A씨를 숲에 혼자 가도록 했고, 공범이 흉기로 A씨를 살해하면 또 다른 공범이 준비한 차량으로 갈아타 도주하는 방식이다.
이들 범행은 A씨의 완강한 저항으로 무위에 그쳤다. 펜션에 출동한 경찰은 B씨 차량 트렁크에 숨어 있던 C씨를 발견해 B씨와 C씨를 함께 붙잡았다. 이들을 다른 차량에 태워 도주하려던 공범도 이후 경찰에 체포됐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자신이 몰던 외제차 할부금을 갚고, 멋지게 살고 싶어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B씨 범행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여죄를 캐던 경찰에 의해 또 다른 범행이 꼬리를 밟혔다. 경찰은 같은 달 15일 B씨 등 3인조 외 여성 공범 D씨(20)를 구속했다.
D씨는 이들과 함께 한 남성을 살해한 뒤 사망 보험금을 타내려 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다. D씨는 당시 사망 보험금 수령을 위해 남성과 혼인신고까지 한 상태였다. 하지만 남성이 수상함을 느끼고 잠적하면서 범행을 실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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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미수, 살인예비 등 혐의로 기소된 B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징역 15년, 또 다른 공범은 징역 5년, D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각각 받았다.
1심 재판을 맡은 광주지법 형사11부(박현수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외제차 구입으로 발생한 채무 변제,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중대한 범죄를 계획했다"며 "3차례나 대상을 바꾸면서까지 범행 실현 의지를 보였고 혼인신고, 범행 발각을 대비한 거짓 알리바이 준비 등 죄질이 매우 나빠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살인미수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수술을 받고 현재까지도 심리치료를 받는 등 트라우마가 심하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범행 가담 정도,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에서 감형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승철)는 징역 20년 선고받은 B씨에 대한 원심을 깨고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돼 각각 징역 15년, 5년을 선고받았던 C씨와 공범에 대한 원심도 파기하고 징역 9년, 3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D씨 항소는 기각했다.